(토마토칼럼)"증권사는 가만히 앉아 있어"

입력 : 2025-09-05 오후 4:26:12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5선 의원이다. 나 의원은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초선 의원의 발언을 무시하고, 의견 표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했다. 이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성인이라면 권위를 앞세워 소통을 차단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태를 한두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개인뿐 아니라 기관 간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증권사들에게 압도적인 권위를 가진 한국거래소(거래소) 얘기다. 
 
주식 거래시간 연장안 추진 과정에서 거래소는 여전히 '소통보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여준다. 시기와 그 방식을 두고 말이 많다. 거래소는 7월 말 거래시간 확대 방안으로 증권사에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세 가지 방안 공통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이 전제되어 있었고, 그 방식에서 대동소이했다. 2~3일 만에 노무와 인사 등을 살펴보고 증권사에 회신을 달라고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사안을 검토하고 취합·보고해달라는 것이 무리라는 증권사들의 아우성에 설문 기간은 연장됐지만, 그 방식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거래시간 확대 외 네 번째 선택권은 아예 없었다. '거래시간 확대를 추진할 것이니 이 중에 골라라' 하는 식의 수직적인 소통 방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답답하고 억울해했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XT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험 운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개편하는 등 새로운 거래 환경 시스템을 정비해왔다. 하지만 이 작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비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할 지경이다. 사무금융노조 산하 증권업종 본부는 △노동 강도 심화 및 노동조건 악화 △거래 활성화 효과 미미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증권사의 노무 부담이 크게 가중되면 부서에 따라 3교대 근무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실행하기까지 기존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추진하는 주 4.5일 근무제와도 동떨어진다. 전 국민의 12시간 주식거래를 위해 여의도는 잠들지 말라는 지시로도 읽힌다. 
 
업계가 거래시간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 로드맵이 없이 일방적인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은 6시간 반으로 12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거의 두 배 확장을 의미하며, 이를 전산 시스템에 적용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전산 및 인력 시스템을 배치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논의와 테스트 없이 시행될 경우 매매 지연이나 주문 누락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졸속 추진으로 일어날 사고는 누구의 탓일까. 
 
이쯤되면 속도전의 배경이 궁금해진다. 표면상으로는 금융당국이 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소가 '코스피 5000 달성 및 증시 활성화'를 외치는 이재명정부에 보여주기 위해 이를 밀어붙인다는 설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NXT 거래 한도 규제 한시적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거래소 역시 거래시간 연장 및 수수료 체계 검토 등 자체 거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되,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추진 방식에 대한 견제와 경고의 문구로 읽힌다. "증권사는 가만히 앉아 있어." 
 
이보라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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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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