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인공지능(AI)을 사업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실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AI가 금융산업 내에서 어떻게 접목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실증 분석을 한 결과 AI 특허가 특히 업무의 정형화 정도가 높고, AI 학습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일수록 AI 도입이 활발하다는 설명입니다.
김진영·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콘래드호텔 5층 파크볼룸에서 창립 28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특허 분석을 통해 살펴본 금융투자 분야의 AI 활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AI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비용 절감 효과가 명확한 영역부터 시범 도입하는 것은 투자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며, 파일럿 성공 사례는 정부 주도의 혁신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 내 AI 활용을 분석한 결과 "증권업의 자산관리와 자문업의 경우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큰 반면, 다른 사업은 일부 단계에서 단기적 도입이 어려운 영역도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가령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은 기업 분석·가치평가 단계에서는 관련 특허가 다수 확인돼 AI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딜 소싱이나 인수주선·발행 단계에서는 특허가 매우 적어 활용 가능성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업권별 특허 건수와 출원 기업 유형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투자자문과 증권업 자산관리 분야에서 특허 건수가 가장 많으며, 위탁매매와 증권형 공모펀드 운용도 상위권에 속하는 반면, PEF나 부동산·인프라 펀드 관련 특허는 상대적으로 소수로 나타났습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김·노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업의 AI 도입과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지원해 실험 환경을 조성 △금융 데이터 수집·처리, 보안, 거버넌스 등 전 영역에 걸친 인프라 개선 △AI 개발·활용 원칙을 명확히 하여 고위험 영역에서의 도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뒤이어 발제를 맡은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의 미래: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미래 투자 방식은 AI 기술로 인해 현재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며, 금융회사는 장기적 안목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연구위원은 최근 AI 기술 발전의 핵심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투자 패러다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를 활용한 두 가지 새로운 투자 접근법인 '대규모언어모델(LLM) 에이전트 모델'과 '금융 특화 모델'을 비교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뛰어난 문맥 파악 능력과 모델 규모 확장의 용이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특징을 통해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르면 우선 LLM 에이전트 투자 모델은 인간 전문가 팀의 의사결정 과정을 모방해 투자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접근법으로, 여러 LLM 에이전트가 분업과 협업을 통해 복잡한 금융 문제를 해결합니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에이전트(기술적 분석, 뉴스 센티먼트 분석 등)가 독립적으로 분석한 후, 리드 에이전트가 이를 종합해 최종 투자 시그널을 생성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권 연구위원은 이 모델에 대해 "자연어 기반으로 투자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 '설명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 성과 검증 부재 및 LLM 고유의 편향 현상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 특화 투자 모델은 인간의 지식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금융 데이터 자체의 패턴을 트랜스포머로 직접 학습해 인간이 발견하기 어려운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패러다임입니다. 이 방식은 전통적 통계학의 경제성의 원칙을 넘어, 모델의 복잡성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오히려 예측력이 향상되는 '복잡성의 미덕' 현상을 활용했으며, 이는 파라미터 수가 데이터 수를 초과할 때 예측 오차가 오히려 감소하는 '이중 하강'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권 연구위원은 "단기 활용성에 얽매이기보다 최신 기술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며 AI 기반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는 'AI가 주도하는 금융투자업의 미래 혁신 전략'을 주제로 국내 자본시장 연구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이 주도할 금융투자업의 미래를 논의했습니다. 뒤이은 순서에는 글로벌 금융회사 UBS의 Rochak Agrawal 이사가 '금융기관을 위한 에이전틱 AI: 자동화를 넘어서'을 주제로 UBS의 에이전틱 AI 실무 적용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에이전틱AI는 사용자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상황을 인식·판단해 다단계 작업을 실행하는 자율형AI를 의미합니다.
이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김홍곤 KB자산운용 AI Quant&Direct Indexing 운용본부장, 이용재 UNIST 산업공학과 교수, 정삼영 태재대학교 AI융합전략대학원 교수,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이사가 패널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수월성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AI가 이끄는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겠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연구를 토대로 금융투자업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유석 금융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업계도 민간 차원에서 AI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등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AI 대전환 시대의 도전을 기회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0일 콘래드호텔 5층 파크볼룸에서 'AI가 주도하는 금융투자업의 미래 혁신 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