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 정예팀 다섯 곳이 연말 1차 평가를 앞두고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정부가 준 한국형 인공지능(K-AI) 표상을 가슴에 달고 뛰려면 한 곳이 탈락하는 첫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예팀 중 하나인
SK텔레콤(017670) 컨소시엄은 '일상 속 AI를 위한 최고 수준 AI 파운데이션(다목적) 모델'을 내걸고 있는데요. 특히 국민의 일상인 검색에 정확성과 깊이를 더할 참여사 '라이너'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가 1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라이너)
출처가 명확한 검색
컨소시엄에서 검색 특화 모델 개발을 맡은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 위에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이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며 "검색 특화 모델의 성능이 높이 평가받는다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라이너는 2023년 2월 국내 첫 AI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김 대표는 2015년 회사를 세워 웹 하이라이팅(강조 표시) 서비스를 이어왔는데요. 각 분야 전문가인 회원들이 믿을 수 있는 출처에 직접 강조 표시한 데이터가 쌓여 AI 검색의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줄이고 있습니다.
라이너 누적 가입자는 약 1200만명이며 서비스 지역은 220여개국입니다. 전체 이용자의 95%가 해외에 있습니다. 유료 구독자의 90%가 대학생·석박사·연구원·전문직 종사자인데, 구독 연장률이 97%라고 합니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주간 쿼리(질문) 수는 전년 동기보다 5.4배 늘었습니다.
출처의 정확도는 검색 결과로 알 수 있습니다. 답변의 각 문장마다 출처를 넣고 인용된 문서 링크와 인용구, 내용 미리 보기 등을 제공합니다. 이용자가 평소 어느 분야 정보를 주로 봤는지를 고려해 답변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이너는 검색 대상 웹 사이트·페이지를 신뢰도 순으로 줄세우고 다시 추려냅니다. 검색 결과별로 점수를 매기는 랭커 모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이용자가 좋아했던 답이 들어 있는 문서들은 점수를 높게 주고 싫어했던 문서에는 낮은 점수를 준다"며 "복사와 공유, 링크 접속과 북마크 등 라이너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모델링의 재료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층 답변을 하는 딥 리서치 기능도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AI 사실 검증 정확도를 측정하는 심플큐에이 벤치마크에서 심층 추론 능력을 강화한 '라이너 프로 리즈닝'은 95.3점으로 AI 검색 엔진 중 최고 점수를 냈습니다. 오픈AI의 GPT 4.5는 62.5점, 퍼플렉시티 딥 리서치는 93.9점을 받았습니다.
라이너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람들이 더 빠르게 똑똑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업 목표를 위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라이너가 이 사업에 동참하는 이유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검색 특화 모델을 라이너에 접목해 한국에 서비스할 계획이고, 희망하건대 이 모델의 성능이 높다면 글로벌 수출도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 (사진=라이너)
정보 검색 혁신 주도
향후 AI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겠다는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김 대표는 "오픈 AI가 먼저 LLM(거대언어모델)을 대중화시킨 뒤 '클로드'가 나왔는데 '다른 건 몰라도 코딩은 클로드가 진짜 잘한다'고 평가 받았다"며 "그 뒤엔 클로드를 써서 코딩을 돕는 '커서' 같은 서비스가 나오면서 회사들이 클로드를 코딩에 더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라이너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에서 커서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창발적 사고를 위한 도구로 확고히 자리잡는 게 라이너의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과거 나사(NASA)에서 사람의 직함이 '컴퓨터'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후 그 자리를 오늘날의 컴퓨터에 내준 대신 프로그래머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라이너는 검색 영역에서 이걸 재현하고 싶다"며 "30년 뒤에는 '리서처' 하면 AI가 생각나고, 사람은 리서처에게 명령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너를 눈여겨본 국내외 기업들이 회사 인수를 타진했지만 언제나 창립 정신이 판단의 기준일 거라고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정보 탐색을 혁신해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찾는 걸 돕는 길인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세계적으로 정보 탐색을 혁신하자는 꿈을 뒷받침할 수준의 자본시장을 찾고 있다"며 "상장은 저희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을 택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