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어떻게 관리하나?

코티졸의 양면성과 건강 관리 전략

입력 : 2025-09-15 오전 9:34:17
우리 몸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트레스 반응. (사진=Gettyimageban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Cortisol)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압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동원하며 면역 기능을 조율하는 고마운 물질이지만, 분비가 장기화되면 대사·수면·면역·뇌 건강 전반에 복합적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코티졸은 우리 몸의 생존을 지휘하는 필수 호르몬이지만,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파괴자로 변하는 것입니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코티졸을 바르게 이해하고 지혜롭게 관리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더불어 사는 현대인의 필수 건강 전략입니다. 
 
HPA 축으로 조율되는 정교한 리듬
 
코티졸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이 지휘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입니다. 아침에 가장 높아 각성을 돕고 밤에는 떨어져 숙면을 유도하는 일주기(circadian) 리듬이 그 특징입니다.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시상하부가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CRH)을 분비하고, 이어 뇌하수체가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CTH)을 내보내 코티졸 분비를 촉진합니다. 혈중 농도가 오르면 다시 억제 신호를 보내는 음성 피드백이 균형을 잡게 됩니다. 
 
문제는 지속되는 스트레스입니다. 야근이나 수면 부족, 질병, 정신적 압박 등으로 HPA 축이 끊임없이 자극되면 피드백 회로가 망가지고, 코티졸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됩니다. 이때부터 생존 호르몬은 건강을 위협하는 ‘파괴자’로 돌변합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공격하는 만성 고농도 노출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HPA 축을 지속적으로 과활성화시켜 코티졸 수치를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두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 수면, 면역, 인지 기능 전반에 걸쳐 서로를 강화하는 복합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여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위협합니다. 
 
① 대사 교란 및 체중 변화: 과도한 코티졸은 체내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작용을 촉진하고, 이미 저장된 지방의 분해를 억제합니다. 특히 복부 지방 세포는 코티졸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많아, 만성적인 코티졸 과다 분비는 복부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또한,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균형을 깨뜨려 식욕을 증가시킴으로써 체중 증가를 더욱 부추깁니다. 
 
② 수면 방해 및 통증 문제: 높은 코티졸 수치는 각성 효과를 유발하여 수면을 방해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신체가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는 다시 코티졸 분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합니다. 장기적인 수면 부족은 체내에 염증 물질을 축적시켜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근육통 등의 만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이 통증 자체가 다시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수면을 더욱 방해합니다. 
 
③ 면역력 및 인지 기능 저하: 코티졸은 본질적으로 면역억제제 역할을 합니다. 만성적으로 높은 코티졸은 백혈구의 분화를 억제하고, 침입한 병원균을 무찌르는 항체 생산 및 자연 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자가면역질환 및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코티졸은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 직접적인 손상을 초래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브레인포그(머리가 멍한 상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로 인해 불안 및 우울 증상이 심화되기도 합니다. 
 
식단·운동·수면…과학이 제시하는 해법
 
코티졸의 만성적인 과다 분비가 초래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단일 요법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생활 습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식단 관리의 핵심은 혈당 스파이크를 막고, 필수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입니다. 시금치·콩·연어 등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품, 연어·호두의 오메가-3, 아스파라거스·아몬드의 비타민 B군과 엽산이 스트레스 회복을 도와줍니다. 오렌지·베리류의 비타민 C는 코티졸을 빠르게 정상화합니다. 반면 과도한 카페인과 고염·정제식품은 피해야 합니다. 
 
운동은 코티졸 수치 조절에 있어 흥미로운 양면성을 가집니다. 격렬한 운동은 신체에 급성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일시적으로 혈중 코티졸 농도를 1.5~2배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신체의 정상적인 생리적 적응 반응입니다. 운동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단기적인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HPA 축의 전반적인 조절 능력 향상에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은 HPA 축이 스트레스에 더욱 효과적으로 반응하고, 스트레스 상황 후 항상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체의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한 번에 60~90분 이상 지속되는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코티졸 조절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정상적인 코티졸 리듬은 밤에 낮아져 수면을 유도하고, 아침에 높아져 신체 각성 준비를 돕습니다. 코티졸 과다 분비와 불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수면 위생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블루스크린에 노출되지 않도록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어둡고 조용하며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밖에도 명상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명상 훈련을 6개월간 진행한 참가자들의 모발에 축적된 코티졸 수치가 평균 2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회적 유대감은 코티졸 수치를 낮추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이는 '애정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코티졸의 길항작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포옹이나 봉사활동과 같이 타인과의 직접적인 교류는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단 10분만 교감해도 코티졸 수치가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므로 일종의 ‘코티졸 파도 타기’가 중요한 핵심입니다. 짧고 급한 스트레스는 괜찮지만, 길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병이 됩니다. 코티졸을 ‘적’이 아닌 균형의 동맹으로 길들이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과학적 전략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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