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미국 수입차 25% 관세 여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경쟁사의 가격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신차와 신기능 도입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CEO) 사장이 18일(현지시간)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관세가 있다고 해서 당연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건 고려하지 않는다”며 “경쟁사를 보고 따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25% 관세 적용 직후 약 두 달간 미국 내 모든 차종의 소비자 가격을 동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로 인한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현재까지 공식 가격 인상은 없습니다.
당시 완성차 업계에서는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현지 신차 가격이 최대 1만달러(약 146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차도 현지 딜러망에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전달했으나, 결국 고객 보호를 위해 가격 동결을 선택한 것 입니다.
현대차의 이 같은 가격 동결 행보는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에 따른 이익 보존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의 8월 미국 평균거래가격(ATP)은 3만9037달러(약 5384만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한 수치입니다.
25% 수입차 관세 적용이 시작된 4월 당시 평균거래가격 3만7674달러와 비교하면 3.6% 오른 것입니다.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억제한 상황에서 평균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은 하이브리드차 등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현대차의 상품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됩니다. 관세라는 외부 변수에 의존한 가격 인상보다는 제품력 향상을 통한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3월 현대차 2028년까지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주요 기업의 첫 미국 투자 계획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투자 부문별로는 자동차에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에 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에 63억달러를 배정했습니다. 대규모 현지 투자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제품 경쟁력 향상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현대차는 미국 현지 부품 조달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만큼 현대제철도 현지 제철소 건설을 통해 무관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한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른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는 신차 출시와 신기술 적용을 통한 가치 중심의 가격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시장 유지가 더 중요하다.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이 있다”라며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모델 출시 타이밍에 맞춰 가격을 소폭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