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 
 
이번엔 '사이비 게이트' 의혹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도로 추정되는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그 숫자만 자그마치 12만명. 통일교 전체 신자(120만명)의 10분의 1 수준. 자칭 '교황보다 높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국민의힘 연결 고리는 건진법사(전성배). 
 
행동대장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의혹 정점에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 '김건희·한학자'의 검은 거래 후 '건진법사→윤영호'로 이어지는 정교유착의 부패 고리. 
 
사이비 먹잇감으로 전락한 '보수 정당'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논란이 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조직적 입당 의혹.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의 최대 경쟁자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교 11만·신천지 10만·전광훈 세력 등을 합치면 그 당(국민의힘)은 유사 종교집단 교주들에게 지배당한 정당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허수를 포함한 국민의힘 당원 명부는 약 500만명. 이 중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은 76만명 안팎. 투표율이 50%라고 가정하면, 투표권을 적극 행사하는 책임당원은 38만명가량. 통일교 11만명·신천지 10만명 중 책임당원 수는 오리무중. 다만 이들의 투표율이 평균을 상회한다면, 당심이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효 투표수 38만명의 과반은 19만명. 통일교·신천지 21만명 중 절반이 책임당원이고 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통일교와 신천지 등 이단·사이비 수뇌부가 콕 찍은 후보의 대세론은 따놓은 당상. 본질은 정교유착. 
 
4년 전에도 의혹은 있었다.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결과는 윤석열(47.85%)의 본선행. 홍 전 시장의 최종 득표율은 41.50%. 희비를 가른 것은 민심이 아닌 당심. 민심에선 홍 전 시장이 48.21%로, 윤석열(37.94%)을 10.27%포인트 앞섰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3만7338표 차이. 반면 당원 투표에선 윤씨가 57.77%로, 홍 전 시장(34.80%)을 크게 앞섰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8만3515표 차이. 최종 득표율 격차는 6.35%포인트(4만6177표). 
 
전체 유권자의 0.2%…꼬리가 몸통 흔든 격
 
김건희씨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1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딱 10만표만 있으면 천하무적. 이단·사이비 세력이 보수정당을 넘어 한국 정치를 뒤흔들 최소한의 마지노선. 제21대 대통령선거 유권자(4439만1871명)의 0.225%. 이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이 보수 정당에 침투하자,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특정 후보들이 엎드려 모셨다. 정당 민주주의 왜곡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 대선후보들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사이비 입장에선 '차고도 남는 장사'다. 10만명 표심으로 보수 정당의 대선후보를 만들어 정권 교체 후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플랜. 봉이 김선달 뺨치는 창조경제 아닌가. 문제의 본질은 정통 교단의 개입 여부가 아닌 정교유착, 그 자체. 정치와 종교가 결탁하는 초헌법적 발상. 
 
시작은 박정희정권. 1966년 국가조찬기도회. 자유민주주의 수호 아래 개신교 목회자들은 군사독재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특히 군사독재 정권 미화는 기본. 1973년 기도회에선 10월 유신을 언급,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정권에서 시작한 국가조찬기도회는 전두환·노태우정권으로 이어졌다. 독재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한 개신교. 이를 비호하는 정치세력. 정교 유착의 첫발은 그랬다. 
 
민주화 이후에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사단법인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사이, 개신교들은 뉴라이트 이름을 내걸고 '정치세력화'를 본격화했다. 뉴라이트가 여의도 정치 한가운데로 파고든 것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때. '매관매직' 의혹의 중심에 선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국가조찬기도회 회장과 부회장인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부정 청탁의 통로로 전락한 국가조찬기도회의 민낯. 
 
공은 '보수의 구원투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넘어갔다. 현재까지 소생 가능성은 과반 미만. 그는 지난 3월 1일 서울 여의도 반탄(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했다. 과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전두환을 찬양한 개신교 목사들과 판박이. 이후 계몽령을 주장한 '개신교인' 전한길씨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됐다. 지난 14일에는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의 교회 예배에 참석, "반문명국가로 가는 걸 멈춰 세워야 한다"고 했다. 간판만 바뀐 젊은 MB 복사판. 발버둥 쳐도 황교안 시즌2. 한국 보수를 어이할꼬.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