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김현지 '숨바꼭질'

[최신형의 정치인사이드] 성역화 논란은 '긁어 부스럼'…'여권 위기' 신호

입력 : 2025-10-02 오후 3:07:24
지난 8월18일 김현지 당시 총무비서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끝내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베일에 싸인 이름 석 자.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를 통한다)부터 '그림자 실세'까지. 김 부속실장을 따라다니는 것은 '실세 중 실세' 문고리 권력. 
 
'2025년 국정감사' 출석 압박 과정에서 벌어진 깜짝 인사. 관례상 국회 불출석 대상인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 변경. 범야권은 파상공세를 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부속실장을 직접 겨냥, "그림자 대통령"이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조희대(대법원장)는 부르고 김현지는 숨겼다"며 "V0(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자) 출현을 알리는 서막"이라고 했다. 
 
참모진 구성 실패 '사실상 시인' 
 
결론은 긁어 부스럼. 끊이지 않고 따라다니는 '도대체 왜?' 그러나 대통령실은 입 꾹. 중요한 것은 '김현지가 실세냐, 아니냐'가 아니다.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등의 예견된 공세에도 애초 김 부속실장을 왜 총무비서관에 앉혔느냐다. 총무비서관은 14대 국회(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국회 증인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당연직 출석 대상인 셈이다. 
 
이재명정부 대통령실 참모진 설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아닌가. 논란이 일자 그 이후 벌어진 일은 김 부속실장에 대한 공적 검증 무력화. 정무적 판단 미스의 결과는 '범야권의 국회 출석 압박→대통령실의 사실상 거부→국회 출석 전례가 없는 보직으로 변경…' 정치적 명분 없는 행위의 반복. 대통령실은 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국회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지만, 다수파인 민주당이 합의해줄 리 만무.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김 부속실장을 콕 집어 언급했다. 
 
'적극 행정'의 중요성을 설파한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결식아동 급식카드 정책을 언급, "김현지(당시) 보좌관이 지적해서 (결식아동 표시가 나지 않도록) 고쳤다"고 했다. 최근 계층별로 차이 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에둘러 비판하는 과정에서 김현지 이름을 불쑥 꺼냈다. 김 부속실장만큼은 흔들지 말자는 신호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인 실세 부각…부담은 '대통령 몫'
 
'그림자 대통령' 비판에 기름을 부은 격. 여당 그 누구도 김 부속실장에게 쓴소리를 못 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야당에서 "최고 존엄이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라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 와중에 김 부속실장의 과거 발언까지 소환, 김현지 이름 석 자를 둘러싼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실제 그는 2022년 9월1일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이 대통령(당시 민주당 당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검찰이 대장동·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출석을 요구하자, 국회의원의 일개 보좌관이 검찰과의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후보자를 사퇴시킨 것도 김 부속실장의 전화 한 통이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시 최전선에서 '강선우 방탄'에 나섰다. 이쯤 되면 '정청래 위 김현지'다. '진짜 실세'는 꼭꼭 숨은 채 김 부속실장만 정권 2인자로 부각되는 아이러니의 연속. 이것이 이재명정부의 현주소.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정공법. 관행이든 아니든, 공직자가 국민 앞에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상식 중 상식. 이는 좌우 문제도, 여야 문제도 아니다.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그간 관행을 깨고 출석하면, 성역화 논란은 종결. 
 
정권 스스로 성역화 논란을 자초하는 사이,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하락세. 지난달 29일 공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정례조사(22∼29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52.0%로, 3주 연속 하락했다. 하락 폭은 4%포인트. 
 
그사이 부정 평가는 4.9%포인트 상승.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여론조사도 엇비슷.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가 역사에 준 교훈. "권력의 칼날 위는 매섭지만, 동시에 언제나 위태롭다." 제아무리 버텨봐도 화무십일홍(열흘이나 붉게 피울 꽃은 없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의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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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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