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최민희 해설서

[최신형의 정치인사이드] 국감 뒤덮은 '최민희 양자역학'…수수께끼는 '더닝 크루거' 효과

입력 : 2025-10-31 오후 4:20:46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 "때로 면역세포들은 판단력을 잃고 내 몸의 건전한 세포까지 공격한다." (이상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상식 파괴의 시대다. '딸 축의금 논란'에 휩싸인 최 위원장이 해명 과정에서 '양자역학'과 '면역세포'를 거론했다.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의 뜬금포 해명. 억지 궤변 퍼레이드는 끝이 없었다. 철학의 부재를 스스로 증명한 여당 상임위원장의 기괴한 변명. 이어지는 질문, '도대체 왜?' 덧붙여 "여러분의 상식은 안녕들 하십니까." 
 
기괴한 해명과 억지 궤변 퍼레이드
 
자신의 능력과 평가를 정반대로 하는 현상. '더닝 크루거' 효과다. 인지 편향을 증명한 '더닝 크루거 효과'에 따르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데이비드 더닝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는 1999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인지 편향' 이론을 증명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자기가 얻은 정보를 과대평가한 뒤 이를 과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군다는 얘기다. 정치 저관여층이 음모론에 빠지거나,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디 정치뿐이랴. 정치화된 '종교'도 마찬가지. 흥미로운 것은 꽂히는 대상이다. 수수께끼는 '자신의 거울상.' 반지성주의 대표 격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씨가 취임사를 시작으로, 집권 기간 경축사 등에서 '반지성주의'를 부르짖은 것도 같은 맥락. 그 끝은 12·3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내란. 
 
최 위원장도 마찬가지. 과방위원장인 그는 기자 출신의 시민운동가였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인 1985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창간한 월간 <말>의 1호 기자.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상임대표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사이 최 위원장은 작가로도 활동했다. 2001년 출간한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가 대표적. 이 책은 당시 '육아책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비과학적 사유자에게 '양자역학'이란…
 
 
최수진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부합동민원센터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에 대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권익위원회에 신고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내용. "아이에게 양귀비 삶은 물을 먹이니 곱똥(염증성 대변)이 멎었다." 물론 마약성 양귀비는 아닐 터. 마약류관리법 위반 의혹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2017년 사회적 문제가 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의 원조격 아닌가. 안아키는 현대 의학을 거부한 '극단적 자유 치유자' 모임. 당시 항생제와 백신 접종을 거부한 안아키 카페 운영진(한의사)은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에는 "각종 소아 질환은 제왕절개 때문", "아이가 태어나면 첫 사흘은 굶겨라. 그 기간 보리차와 죽염만 먹여라" 등의 내용이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과거 최 위원장 책 내용에 대해 "아동학대"라고 했다. 
 
비과학적 내용의 육아책을 낸 정치인이 맡은 상임위는 다름 아닌 과방위. 더닝 크루거 효과에 따르면 최 위원장도 자신 부족한 거울상에 꽂힌 것. 그게 하필 과학일 게 뭐람. 
 
비밀이 풀렸다. 비과학적 사유자가 시민사회운동을 접고 대중 정당에 들어왔다. 입문(2012년 제19대 총선) 13년 만에 과방위원장을 꿰찼다. 그사이 그 정당은 강성 지지층만 보는 '개딸'(개혁의 딸) 정치 결사체로 전락했다. 
 
비과학과 진영 논리가 맞물리자, 기행·만행이 튀어나왔다. 논리도 상식도 없다. 비뚤어진 신념과 선택적 정의의 확증편향. 나만 옳다는 선민의식만 판쳤다. 이어진 우리 진영만 선이라는 정치적 맹신. 민주의 외피를 쓴 무소불위 권력. 
 
그 끝은 강성 지지층 위에 올라타 기승전 밀어붙이는 홍위병 정치. 버티던 최 위원장은 과방위 국감 마지막 날인 지난 30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공적 권위마저 무력화하는 기이한 정치, 이제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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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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