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정부의 국정기획위원장을 지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23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넘어 '0%(성장률)의 공포'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며 "모험을 할 정도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혁신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꼽았습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뉴스토마토 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잠재성장률 매우 하락"…경기침체보다 더 심각한 상황 '우려'
이한주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뉴스토마토 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이미 '0%' 상태에 가까워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이 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또 지난 대선 기간엔 총괄정책본부장으로 주요 대선 공약과 정책을 총괄한 바 있습니다.
2000년대 초 5%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밑으로 떨어졌고, 2025년 경제성장률은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부에 이어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아주 정직하게 말하면 이재명정부에서 0%대 성장률이 아니라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매우 떨어져 있다"며 "이미 학계에서는 0%대 성장을 생각한다. 성장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상태면 0%대를 못 벗어난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 원장은 "R의 공포를 넘어서 0%의 공포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경기침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그는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며 "미래가 없어지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겐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미래 희망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투자를 멈추고 소비가 줄어들고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간다"며 "한국 사회는 지금 성장률 0%의 공포에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성장률 0% 공포에 휩싸인 대표적인 국가로 프랑스를 꼽았습니다. 최근 프랑스 중앙은행은 재정 악화와 정치 불안 등을 이유로 내년도 프랑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9%로 낮췄습니다. 프랑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7%입니다. 중앙은행 예상대로라면 프랑스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0%대 성장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뉴스토마토 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J, IT로 디지털 전환 앞장"…이재명정부 희망은 'AI 기술'
이 원장은 현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 '기술 경쟁력 높이기'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기술 경쟁력 상승으로 경제적 성과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로 김대중정부를 제시했습니다.
이 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거의 도박하다시피 정보통신(IT) 산업으로 경제 생태계를 바꿨다"며 "돌이켜보면 모든 투기는 항상 리스크가 있다. 오늘날 한국이 IT 산업의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도 리스크를 감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 대통령이 디지털 시대로 전환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도 거침없이 모험을 감행할 정도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술 경쟁력 확보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 성장의 새 기회로 'AI 기술'을 꼽았습니다. 이 원장은 우선 "어쩌면 우리는 AI 분야에서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그는 "지금 AI가 성공하지 못하면 군산에서 포항 사이에 녹슨 쇳덩어리들이 남겨질지 모른다"며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하향 성장을 우려했습니다.
군산과 포항 사이엔 석유화학, 철강, 기계, 중공업, 조선 등 한때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산업단지들이 줄지어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성장률이 둔화했습니다. 한국 경제성장률 상승의 보루인 AI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전반적으로 한국 산업 전체가 하향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입니다. 앞서 이 원장은 국정기획위 AI 관련 토론회에서도 "AI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국물도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AI 기술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중요 지점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에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핵심 과제로 삼았습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과 AI 선도 기술 인재 확보, AI 기본사회 실현 등을 전략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여기에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목표로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중요시했습니다. 또 정부는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으로 증액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