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재점화에 긴장감 커진 K-반도체

중, 희토류 무기화…미, 100% 관세 맞불
업계 “당장 영향 제한적, 장기화 시 리스크”

입력 : 2025-10-13 오후 3:43:0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희토류를 둘러싸고 재점화하며 한국의 주력 반도체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공급망 제한, 투자 제약, 환율 변동성 확대와 같은 상황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13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각각 1.17%, 3.04% 하락한 9만3300원, 41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전주까지만 하더라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 랠리를 이끌었던 반도체주는 미·중 갈등에 불똥이 튄 모습입니다. 
 
이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 9일 ‘해외 관련 희토류 물자 및 관련 기술’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하자 미국이 100% 추가 관세로 응수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입니다. 물론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어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정책을 여러 번 번복한 점은 고려하면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 선 희토류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 작업 등에 필수 원료라는 점에서 K-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힘겨루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희토류 금속의 79.8%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핵심 원자재 공급 불안은, 첨단 장비와 소재 확보의 어려움으로 직결됩니다. 여기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정책은 기업 투자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수출 타격과 공급망 불안의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중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상무부의 희토류 통제 강화 발표로 반도체·AI 부문에서는 스퍼터 타깃·자석 부품에 0.1% 역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어 해외 팹(반도체 생산공장)·장비 밸류 체인도 허가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대다수 기업이 3~6개월 수준의 자체 재고를 축적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수출 금지가 아닌 사전 허가라는 점에서 당장 공급망이 막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중국의 통제가 있었던 이후에도 희토류는 비교적 원활하게 수입됐다”면서도 “정치적 변수에 대해선 유의 깊게 보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미중 갈등이 협상력을 가져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미중 갈등 우려가 촉발된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위 조절에 나섰다. (출처=트루스소셜)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 모드는 내달 10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 시한을 앞두고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 4중 전회까지 트럼프와 중국 간의 강대강 대결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관건은 중국의 추가 보복 조치 여부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먼저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 나약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의 양보를 기다리며 강공을 고수하는 치킨 게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희토류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AI칩 관련주들은 더 큰 변동성을 경험할 수도 있다”며 “무역 분쟁 재점화의 초기인 만큼 미국과 중국의 설전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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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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