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충격…세계경제 '저성장 덫'

IMF,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3.2% 전망…미·중 무역 갈등 '미반영'
'무역 불확실성' 하방 요인 지목…"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해야"
전 세계 경제 수장, 한자리에…관세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 집중 논의

입력 : 2025-10-14 오후 10:00:0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상향한 3.2%로 수정했습니다. 올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된 전 세계 무역 갈등 분위기 속에서도 세계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망은 현재 수준의 관세가 지속되며, 오는 11월 종료되는 미·중 간 관세 유예가 향후에도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추산됐습니다. 바꿔 말하면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고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는 물론, 각 국의 저성장도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IMF는 세계경제의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 요인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하며 주요 하방 요인으로는 '무역 불확실성' 등을 꼽았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저성장 덫에 빠진 모습입니다. 
 
한국 성장률 변동 없이 '0.9%' 그대로 
 
IMF는 14일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7월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수치입니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3.1%를 유지했습니다. IMF는 연간 네 차례(1·4·7·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4월·10월은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망치를 내놓고 1월·7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30개국에 대해 수정 전망을 각각 제시합니다. 
 
IMF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다소 높인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인하·유예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재고 조정·무역 경로 재편 등을 통해 보여진 경제 주체들의 양호한 적응력, 달러 약세 등이 작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미국·일본 등 41개국이 포함된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 전망보다 0.1%포인트 상향된 1.6%로 수정됐고,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과 동일한 1.6%로 예측됐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성장률이 관세 인하, 감세 법안 통과, 금융 여건 변화 등으로 올해 2.0%, 내년 2.1%로 각각 소폭 상향 조정됐습니다. 유로존의 경우 아일랜드의 견조한 성장, 독일의 민간 소비 회복 등으로 올해 성장률은 1.2%로 상향 조정된 반면, 내년 성장률은 1.1%로 소폭 하향됐습니다. 주요 7개국(G7)과 유로존을 제외한 기타 선진국도 일부 국가의 대미 무역 협상 타결, 실질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상향 조정됐으나, 내년 전망은 0.1%포인트 소폭 하락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2025년 IMF-한국 연례 협의 결과' 발표에서 제시한 0.9% 성장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7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대폭 상향된 1.8%로 예측하면서 기존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잠재 수준의 정상 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중 관세 부과 미발효 가정…"관세 영향 아직 모른다"
 
문제는 이번 IMF 전망은 현재 수준의 관세가 지속되고 오는 11월10일 종료되는 미·중 간 관세 유예가 향후에도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작성됐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말 사이 재점화한 미·중 무역 갈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며 고율의 추가 관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후 미·중은 서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긴장 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갈등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이날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미·중의 기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IMF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인식, 세계경제의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 요인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합니다. IMF는 주요 하방 요인으로 무역 불확실성, 이민 제한 정책에 따른 생산성 악화, 재정과 금융시장 불안 등을 꼽았는데, 정책 권고 역시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을 강조합니다. IMF는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해 규칙 기반의 산업정책 설계와 지역·다자간 무역 협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전 세계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도 한자리에 모여 미국발 관세 여파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저성장을 경고할 예정입니다. 13~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190개국 이상의 경제 수장들은 당초 논의 예정이었던 세계경제의 회복력이 아닌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15일 출국하는데, 최근 세계경제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IMF·WB 연차총회를 앞두고 세계경제의 상황에 대해 "두려워했던 것보다 낫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보다는 나쁘다"고 진단하며 "올해와 내년 성장세는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관세의 전체적인 영향이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는 기업의 마진 압박이 가격 전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 시장으로 향하던 상품이 넘쳐나면서 제2의 관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자들이 모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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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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