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환 넘은 유동성 확보…회사채 시장 향하는 기업들

SK·한화·현대로템 등 회사채 통해 자금 조달
올해 회사채 108조 발행…금리메리트 부각

입력 : 2025-10-15 오후 4:21:29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국내 주요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잇달아 노크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관세 협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선제적으로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신용스프레드(국고채 금리와의 차이)가 축소되면서 실질 차입비용이 줄어들자 단순히 부채 만기일에 맞추는 차환을 넘어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본 마천루 모습. (사진=뉴시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108조18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5조6801억원) 대비 13% 증가한 수준입니다. 올해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순발행액은 29조7266억원으로 2019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으로 주가 희석 가능성이 있는 유상증자와 같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우호적 수급 환경이 조성되자, 회사채 시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지난 14일 기준 채권시장 금리는 국고채 3년물 2.53%, 회사채(신용등급 AA- 기준) 3년물 2.97% 등 수준으로 형성됐습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현재 44bp(1bp=0.01%포인트)로, 연초 70bp에 견줘 크게 좁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딧 스프레드 감소는 신용위험이 줄고 채권 시장에 대한 신용도가 올라갔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보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더 낮아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모집액을 채우기에 용이합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 때문에 지난 3분기에만 △SK △HD현대 △삼성중공업 △SK텔레콤 △두산퓨어셀 △ 이랜드월드 △현대제철 등이 회사채를 발행하며 시설투자, 운영자금, 채무상환에 자금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회사채 수요도 높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종속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는 지난 14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1000억원 모집에 1910억원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도 흥행을 거둔 것입니다.
 
같은 날 파라다이스그룹 또한 5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나서 모집액(600억원)의 12배에 달하는 7050억원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현재 파라다이스는 조달된 자금을 IT 인프라 등에 투자해 이자비용 절감 뿐 아니라 DT 전환을 꾀할 계획입니다.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북 클로징(Book Closing·회계장부 마감)이 있는 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당장 SK그룹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인텔릭스도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화시스템은 오는 20일, 현대로템은 27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밖에 고려아연, 에쓰오엘, HS효성첨단소재 등도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입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EB(교환사채) 발행이 증가하는 등 자금조달 방법이 다변화하고 있다”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일부 기업의 미매각이 있었으나 높은 유효경쟁률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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