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통일부의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장기간 중단됐던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현실적 가능성을 따져보는 분위기입니다.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 (사진=연합뉴스)
15일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과 개성공단기업협회를 대상으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관련 발언에 대해 묻자 일단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와 닿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그래도 장관이 그렇게 얘기를 하면 어느 정도 밑그림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신뢰가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리를 두고 보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입주 의사에 대해서는 "재입주 의사가 당연히 있다. 북한에 기업 재산들이 묻혀있다"며 "입주해서 제품을 다시 판매하든지 보상을 받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의 재가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정 장관은 기존 경협사업의 발전적 정상화를 모색 중이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부터 복원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개편안도 공개했는데요.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4개 조직을 통폐합해 만든 '남북관계관리단'을 폐지하고 남북회담본부와 평화교류실,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 경협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중소기업중앙회는 코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지난 9월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개사를 포함해 국내 제조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 응답한 200개사의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기업의 76.4%는 개성공단 재가동 시 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87.2%는 개성공단의 경제 성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 가동된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정부의 대북 제재로 가동이 중단됐는데요.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영업소를 운영했던 기업을 제외하고 순수 입주 기업 120개사가 가입돼 있는데요. 입주기업은 모두 제조 기업으로, 개성공단 중단 이후 공식적으로 10개사 이상이 폐업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기가 어려웠던 탓입니다. 잠정적 휴업 상태에 놓인 기업은 20~30개사로 추정됩니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해외나 내수 공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종사자 수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120개사 가운데 약 3분의1 정도가 휴·폐업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태입니다.
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북미 회담 등의 결과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기업들은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준비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가 나서면서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협회 차원의 논의를 재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현황을 살피는 한편 입주 기업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다음 달 임시 총회도 연다는 계획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