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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5일 17: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유동성공급자(LP) 손실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상품 판매 프로세스와 성과급 제도 개편이 포함된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규모면에서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강화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일탈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예방책 구축은 과제로 남는다.
LP 사태 1년 뒤 나온 내부통제 프로그램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10월13일 발생한 LP운용 손실사태 이후 1년 만에 '스캔들 Zero 2.0'라는 내부통제 프로그램 추진 현황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상벌체제 초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전 임원 성과급을 일괄 차감 KPI(핵심성과지표) 평가와 포상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주요한 성과 반영 요소로 반영된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LP운용 손실사태는 지난해 8월2일과 10일 사이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LP로서 자금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을 낸 사건이다.
해당 사태는 신한투자증권 내부 감사를 통해 2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금융감독원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후폭풍으로 김상태 당시 신한투자증권 대표 연임이 불발됐고 신한투자증권은 이례적인 3인 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내부통제 조직을 확대를 확대하고 감시 범위 확대를 이뤘다. 준법감시관리자 인력을 보강했고 감사정보분석팀을 가동해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기존 임원에서 부점장급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번 내부통제 프로그램은 이전 내부통제안에 상벌 제도를 더 엄격하게 추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프로그램 도입으로 보다 자발적인 내부통제를 직원들로부터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신한투자증권 실리콘밸리 사무소 개설식 (사진=신한투자증권)
내부통제 사태 마무리 국면으로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강화는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사태 이전의 내부통제 실패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데 주력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한 증권사·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총 56명, 거래 종목은 모두 3654개였다.
총 3654건의 거래 중 신한투자증권은 201개의 종목 거래에서 차명거래가 있었다. 이는 메리츠증권(1711건), 삼성증권(1071건)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이는 2021년에 적발된 사례일 뿐 그 이후는 적발된 내용이 없었다.
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9월17일 위장 매매(wash sales)와 비경쟁 거래(non-competitive transactions)에 관한 혐의로 신한투자증권에 21만2500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27차례의 거래를 집행 과정에서 동일 계좌 또는 동일한 실질 소유자 계좌에서 같은 수량의 선물 계약을 매수·매도한 주문으로 사실상 동시에 제출해 위험이나 가격 경쟁을 배제했다는 게 CFTC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의 사건이 최근 결론 난 것으로 신한투자증권은 CFTC 조사 과정에서 조사에 협조해 일부 과징금을 경감 받으며 해당 사건을 순조롭게 마무리 했다.
구조적 내부통제 보완 과제…"지속적 점검할 것"
LP 손실 사태 이후 첫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에 대한 신한투자증권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총괄부문 대표 명의로 나왔다.
정 대표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산겠다”라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내부통제가 일상이 되는 조직문화를 완성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LP 손실사태 이후 내부통제 감시 인원을 늘리고, 이선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총괄부문 대표가 나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시스템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전 LP 손실사태는 LP운용본부가 해외 ETF 손실 액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 ETF와는 달리 해외 ETF의 손실은 국가 전산망이 아닌 별도 파일을 통해 작성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은 거래처 허위 이메일 작성해 자신들의 손실을 숨겼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5일 국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져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해 손실을 숨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야 부당행위를 인지할 수 있었다. 만약 8월 대폭락 같은 변수가 없었다면 이들의 범행은 지금까지도 지속될 수 있었다.
증권업 내부통제 구축을 위해선 사업 운영에서 실무자가 어디까지 임의로 정보를 조작할 수 있고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계획에는 이점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계획이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P운영 같은 업무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지려면 증권업, 특히 기업 간 거래 특수성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라며 “단순히 위험한 상품 판매 금지와 기수별 관리 식의 통제 방식으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의 지적에 신한투자증권도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 고심이 깊다. 다만 지금 당장은 과거 사례를 되짚어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가는 것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지속적인 프로세스 도입과 점검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