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성장 청신호…최대 복병은 '환율'

3분기 '깜짝 성장'에 '통상 불확실성'마저 걷혀
매년 200억달러 외화 유출…환율 상향 고착화

입력 : 2025-10-31 오후 3:49:5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웃도는 '깜짝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도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서 연 1%대 성장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무역 환경이 걷히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기존 전망과 달리 연 1%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예상입니다. 다만 여전히 불안 요소는 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매년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의무가 추가된 만큼 외환시장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원화 약세가 굳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향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당장의 대규모 외화 유출은 피했어도 지속적인 대미 외화 유출 자체가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내수 훈풍에 수출 한시름…연 1%대 성장 가능성 ↑
 
31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1.2%로 집계됐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분기(1.2%)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로, 지난 8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1.1%)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깜짝 성장'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3분기 깜짝 성장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민간소비 등 내수가 견인했습니다. 실제 전체 1.2% 성장 중 내수가 1.1%포인트, 순수출이 0.1%포인트 기여했는데, 내수 중에서도 민간소비가 1.3% 늘면서 2022년 3분기(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은은 "소비심리 개선 효과, 소비쿠폰·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 정부 정책, 스마트폰·전기차 등 신제품 출시 효과, 전공의 복귀로 종합병원 정상화에 따른 의료 소비 증가 등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3분기 성장률에 대해 '새 정부의 온전한 첫 경제 성적표'라고 자평하며 올해 연간 성장률 1%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0.1~0.3%면 연간 1% 성장이 가능한데, 앞서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을 0.2%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0.9%(8월 한은 전망치)가 아니라 1%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통상 불확실성마저 걷히면서 연 1%대 성장률 달성 가능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번 협상 타결로 당장 수출 부문은 한시름 덜었다는 게 정부와 시장의 주된 평가입니다. 특히 그간 직격탄을 맞은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국내 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규모 달러 유출 피했지만…외환시장 부담 '여전'
 
하지만 불안 요소도 남아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단기적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를 미국에 직접투자하기로 하면서 외환시장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단 한국은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해 급격한 외화 유출 부담을 덜었고,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선 '윈윈'이라는 평가입니다. 시장에선 '선방'했다는 반응에 원·달러 환율 역시 관세 협상 타결 이후 142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내린 1424.4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다소 완화됐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설정했다고 해도 대미 투자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고 한은이 이자 등으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연간 150억달러 수준인 가운데, 수출입은행 등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연간 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한다 해도 일부 빚을 내서 투자하는 구조라는 점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단기적으로 대규모 달러 유출을 피했어도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자체가, 즉 '지속적인 대미 외화 유출' 자체가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시장에서는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원화 약세가 굳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향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통계상 준비자산 100억달러 변동 시 환율은 약 47원 움직인다"며 "연간 200억달러 유출이면 약 100원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현물환 시장을 거치지 않는 달러 유출이라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확대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환율을 간접적으로 올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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