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인하 전략 '인도'…"한국도 주체적 대응 필요"

트럼프 압박에 먼저 꼬리 내린 '인도'
'전략적 이익' 고려한 관세 인하 확대
미·인도, 기술 협력 확대 등 반사이익
우리나라도 인도와의 협력 강화 긴요
"인도 트럼프 대응 통상전략 참고해야"

입력 : 2025-02-20 오후 5:40:1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과거 트럼프가 '관세 폭군(tariff king)', '관세 남용자(tariff abuser)'로 지목한 인도가 미국 입맛에 맞춘 추가 관세 인하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미 관세율 추가 인하 여부를 놓고 미국·인도 간 '전략적 이익'을 고려한 조치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지속적인 관세 인상을 해온 인도는 미국의 11번째 무역적자국입니다. 미 무역적자국 톱 10에 포함된 우리나라도 인도의 트럼프 행정부 대응 통상전략을 참고, 한국만의 주체적 대응안을 짜야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20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이달 초 인도는 올해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38개 품목에 대한 '실효관세율'을 인하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선제적 관세↓…반사이익 노려
 
20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이달 초 인도는 올해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38개 품목에 대한 '실효관세율 인하'를 담았습니다. 2025∼26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약 50조7000억루피(한화 842조원)로 전년보다 7.4% 증액한 규모입니다.
 
특히 해당 예산안에는 화학, 섬유, 자동차, 의약품, 철강제품, 화학제품 등 75개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 인하가 담긴 바 있습니다. 이중 사회보장세(SWS) 등 수입 물품 관련 세금 인상에 따라 실효관세율이 유지되는 품목 등을 제외한 실질적 관세 인하 품목은 오토바이, 대형자동차, 화물 운송 차량, 장신구, 태양광 모듈, 조명기구 등 38개 품목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세부 품목 중 가장 큰 무역흑자를 기록한 의약품·자본재·태양광 모듈 등의 품목은 실효관세율 4~6%포인트 인하입니다. 미국산 고급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을 예로 들면 1600cc 이상 대형 오토바이 수입 관세가 50%에서 30%로 내렸습니다.
 
미 주요 수출 품목인 위스키 등 합성 향료 에센스와 어류 가수분해물(hydrolysate), 폐기물 및 스크랩, 위성 지상 설비 등에 대해서도 최대 80%포인트의 관세를 인하했습니다.
 
인도의 이례적 관세 인하는 지난 12~13일 모디 총리의 방미 정상회담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됩니다. 관세 인하를 선제적으로 발표한 후 만난 양국은 2030년까지 5000억달러의 교역량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간 두 배 이상의 교역량 확대로 상호호혜적 무역 협정 체결 추진 의사를 드러낸 겁니다. 14일에는 무역불균형 해소와 무기구매 약속도 언급한 상황입니다.
 
박병열 산업연 개발협력연구팀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와는 차별화된 대응 방식으로 미·중 갈등 속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관세 부과의 위험을 줄이고 탈중국 기업 인도 유치, 국가안보 강화, 기술 협력 확대 등의 반사이익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인하 품목 '점진적 확대' 전략
 
인도는 2014년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선언하면서 국내 산업 보호 명목의 관세 인상을 지속해오던 곳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때도 높은 관세율을 유지해왔으나 트럼프 2기를 향한 관세 인하 품목은 점진적으로 확대할 전망입니다.
 
지난 3일 투힌 칸타 판데이(Tuhin Kanta Pandey) 인도 재무부 차관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13% 수준인 평균 관세율을 11%로 낮추겠다는 방침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인도 '전체 품목'의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지난 2013년 13.3%에서 2018년 17.1%로 급격히 오른 후 18%에 육박하는 상승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미국이 인도 수입품에 평균 3%대 관세를 적용한 2022년에는 인도 MFN 관세율이 세계에서 20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인도의 제1수출국은 미국입니다. 인도의 대미 수출은 2010년 235억달러에서 2023년 758억달러로 증가해왔습니다. 반면 미국의 11번째 무역적자국인 인도 대미 무역흑자는 2009년 37억달러, 2023년 337억달러, 최근 연 4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현행 13%대까지 내렸으나 관세 인하 품목을 더 늘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1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도, 대미 통상전략 참고해야"
 
외신 보도를 보면, 최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한 행사에서 '투자자 친화적 노력'을 언급하는 등 지속적인 관세 인하를 강조한 상태입니다. 
 
인도의 관세 인하는 우리나라에 제한적이나 평판디스플레이모듈, 전기자동차·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자본재 등 일부 품목엔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인도 회계연도 2023·24년 기준 한국의 대인도 수출액이 3억2000만달러인 평판디스플레이 모듈(HS 8524)의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약 2000만달러 수준의 전기자동차·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를 위한 자본재 수출액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큰 틀에서 보면, 미·인도의 관계 진전과 보호무역 기조 완화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박병열 부연구위원은 "미국·인도 관계의 진전과 인도의 보호무역 기조 완화가 전망돼 인도와의 협력 강화가 긴요하다"며 "인도의 트럼프 행정부 대응 통상전략을 참고해 한국의 주체적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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