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철강…여전히 먼 ‘수소’의 길

감축 피했지만 체질 전환 부담 여전
수소 아직도 비싸…“㎏당 3달러 돼야”

입력 : 2025-11-05 오후 3:53:5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범용 강재의 구조조정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철강업계가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습니다. 철근은 감축 우선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형강·강관은 ‘시장 자율조정’ 대상으로 분류돼서입니다. 게다가 정부가 강조한 체질 전환의 핵심 축인 ‘수소환원제철’은 여전히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현실화까지 갈 길이 멉니다. 
 
인천 한 제철 공장에 쌓여 있는 철근들. (사진=연합뉴스)
 
5일 철강업계는 정부 발표가 ‘단기 감산’보다 ‘체질 전환’에 방점이 찍히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석화 업계가 나프타분해설비(NCC) 18~25% 감축 목표를 의무적으로 부여받은 반면, 철강은 감축 비율이 빠지고 금융·기술 지원 중심의 체질 개선 프로그램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설비 감축 논의가 이어지고, 수소환원제철 같은 장기 과제까지 떠안게 되면서 앞으로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반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업계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감축 논의의 대상이 된 품목은 ‘철근’ 등 범용재입니다. 업계는 “줄일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주요 철강사들은 이미 지난 침체기에 설비 가동률을 낮추거나 공장 휴업에 들어가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상태입니다.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을 전면 휴업했고 동국제강은 인천 공장 가동을 최근 한 달간 중단했습니다. 추가 조정 대상으로는 대한제강·한국제강·와이케이스틸 등이 거론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대기업 중심이라 정부의 감축 요구를 따라갈 여지가 있지만 철강은 중견·중소 업체가 많아 여력이 별로 없다”며 “철근은 100% 건설 경기와 직결되는 사이클 산업이라 수요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더 줄이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체질 전환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현실의 벽이 여전히 높습니다.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고, 상용화 설비도 없습니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가 사실상 ‘총대’를 메고 기술개발과 설비 구축을 주도하고 있으며, 연내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가 보유한 기존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전환할 경우, 기존 고로 매몰비용 27조원과 신규 설비 건설비 27조원을 합쳐 총 약 5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 3기, 광양 5기 등 총 8기의 고로를 가동 중으로, 단순 계산하면 고로 1기당 약 7조원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고로 3기를 보유한 현대제철이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구축하려면 약 20조원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8146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약 3000억원만이 정부 재원이고, 나머지 5000억원가량은 민간 부담으로 채워야 합니다. 정부 예산이 단계적으로 집행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담이 큽니다. 
 
설비 구축뿐 아니라 상용화까지의 길도 험난합니다. 수소 기반 제철 공정으로 생산한 저탄소 철강재는 기존 제품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수소 가격이 킬로그램당 3달러 이하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처럼 정부 보조금이나 공공부문 우선 구매 정책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업계는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는 203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로 중심의 저탄소 전환이 급선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는 석탄을 쓰는 고로보다 탄소 배출이 적어 수소환원제철로 가는 현실적인 징검다리로 꼽힙니다. 정부 발표에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 마련’이 포함된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은 대부분 국내에서 충당하지만 부족분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제도 보완 등 단기적이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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