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의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서울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지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전세 수요 이동 현상이 경기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수요자 서민들의 발길이 갈 곳을 잃고 있습니다.
서울서 밀려난 세입자들, 경기로
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5% 상승하며 3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2.47%로, 사실상 연중 내내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과 대비해 전세 매물 감소 폭은 더 뚜렷합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 3만1814건에서 7일 기준 2만6168건으로 줄어 17.8% 감소했습니다.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도 같은 기간 3만1110건에서 2만699건으로 33.5% 줄었습니다. 서울보다 매물 감소 폭이 두 배 가까이 큽니다.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송정은 기자)
매물 부족과 가격 부담이 커지자 세입자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천, 하남, 안양, 성남 등 주요 경기 지역 역시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겹치며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난 세입자들이 몰리자 경기권 임차인들이 다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도미노 이주’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 주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0.09% 오르며 13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지역별로는 하남시가 0.47%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성남 분당구(0.39%), 수원 영통구(0.28%), 광주시(0.28%), 안양 만안구(0.2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과천시가 10.96% 치솟으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안양 동안구(6.71%), 하남시(5.77%), 광주시(4.95%), 수원 영통구(4.7%), 구리시(4.1%)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경기 남부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인접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단지별로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남시 학암동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 전용 98㎡ 전세는 지난달 8억원에서 이 달 8억5000만 원으로 한 달 새 5000만 원이 뛰었습니다. 성남 수정구 창곡동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7억7000만 원에서 8억원으로 상승했고, 현재 시세는 9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입주 절벽에 공급 한계…불안은 ‘수도권 전역’으로
문제는 이 같은 전세난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올해 경기 지역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6만6000가구였지만, 내년에는 4만3000가구로 35%가량 줄어듭니다. 공급 축소가 이어지면 전세 매물은 더욱 줄고, 임차인의 주거 불안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 밀집 지역. (사진=송정은 기자)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갭투자나 실수요자들이 미리 움직이는 ‘막차 수요’가 한동안 몰렸지만, 대출 규제로 이후 거래가 급감하면서 전세 수요가 경기로 이동하고 있다”며 “전세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겹치면서 당분간 조정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1월과 12월 입주 물량이 늘면서 일시적 숨통은 트이겠지만, 내년 2월 이후 공급이 다시 줄어들면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전세시장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경기권으로 번지고 경기 세입자들이 다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종완 원장은 “전세난을 단순히 지역 문제가 아닌 수도권 전체의 주거 안정 과제로 보고, 중장기 공급 전략과 공공임대 활성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