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착화에 철강·석화·정유 ‘울상’

올해 평균 환율 1400원대 유지
원가상승률, 석유제품 가장 높아
고환율 기조 장기화 시 피해 누적

입력 : 2025-11-21 오후 2:30:15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되며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자 철강·석유화학·정유 업계의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계 전반이 중국산 저가 공세와 관세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겹치며 원재료를 대부분 달러로 수입하는 철강·석화·정유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전남도)
 
올해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평균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94.97원)을 넘어섰습니다. 연평균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상승 흐름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21일 오전 2시 기준 야간환율은 전장 서울외환시장 종가보다 6.60원 오른 1472.2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미·중 상호관세 여파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4월 8일(1479.00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국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펀더멘털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구조라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고환율이 사실상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원재료를 대부분 달러로 수입하는 철강·석유화학·정유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정유업계는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달러로 조달하고 있어 환율 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습니다. 같은 물량을 들여오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지불해야 하는 원화 비용이 그만큼 폭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3분기 말 기준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544억원 감소하는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철강과 석유화학업계도 고환율 여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이미 관세 전쟁, 중국산 저가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환율까지 뛰어오르며 ‘삼중고’에 놓인 모습입니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 증가로 직결됩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완성품 가격도 함께 높아져 수출 시 일정 부분 상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이 오히려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승한 원자잿값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원가는 평균 2.82%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의 원가 상승률이 12.8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석유화학(7.42%), 비철금속괴(5.71%), 전력·가스(5.59%), 철강 1차 제품(4.91%) 순으로 부담이 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업계는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감안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 손실을 줄이는 ‘환헤지(hedge)’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왔습니다. 다만 헤지는 어디까지나 충격을 완화하는 수준이기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등을 통해 환율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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