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HLB테라퓨틱스, 빚더미 법인이 CB 투자자?…'위험한 자금 줄타기'

주요 투자자 네오영, 지난해 말 완전자본 잠식
지분희석과 오버행 우려도…단기 차익 실현 주의

입력 : 2025-11-2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6일 10: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 HLB테라퓨틱스(115450)가 영업손실이 지속된 상황에서 1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투자에 참여한 곳 중에는 수백억 원대 채무를 지닌 자본잠식 법인이 포함돼 있어 실제 납입이 이뤄질지 불확실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투자조합·법인·개인이 뒤섞여 있는 구조여서 기업 성장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HLB테라퓨틱스)
 
납입주체,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 잠식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테라퓨틱스는 지난 20일 170억원 규모의 20회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표면금리 1%, 만기금리 2% 조건이다. 납입일은 다음달 4일이다. 전환가액은 3342원으로 25일 HLB테라퓨틱스 종가(3105원) 대비 7.6% 높고,  전환가액조정(리픽싱)에 따라 234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조달 자금을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 임상과 기타운전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20억원, 내년 150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CB 투자자는 ▲개인 19명(63억원 투자) ▲네오영(50억원) ▲라온신기술조합 제92호(30억원) ▲시너지아이비투자(20억원) ▲시너지투자자문(7억원) 등이다. 이들은 내년 12월4일부터 보통주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2027년 6월4일 이후 행사 가능하다. 
 
이들 가운데 네오영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마이너스(-) 26억8000만원을 기록한 완전자본잠식 법인이다. 지난해 말 자산총계 753억6900만원, 부채총계는 780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매출 0억원, 순손실 27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기보다, 특정 자금을 굴리기 위해 급조된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라온신기술조합제92호는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대표조합원으로 두고 있고, 올해 신설됐다. 최근 결산기 재무상태는 확인되지 않아 이번 CB 발행의 자금조달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사가 CB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에는 납입주체를 잘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경우 이름 생소한 조합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납입 능력이 부족한 투자 주체가 다른 기업의 CB나 유상증자 등에 투자를 예고한 후 납입일이 연기되기나 납입이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납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단기차익 노린 전략…지분 희석, 오버행 리스크도 커
 
CB 대금 납입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과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에 따른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 
 
네오영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발행 1년 후인 2026년 12월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하다. 만약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통해 전환가액을 최대 70%(2340원)까지 낮출 수 있다.
 
심지어 2027년 6월4일부터는 풋옵션 기간과 주식전환 기간이 겹친다.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하기에 지분이 희석되고, 오버행 리스크도 커진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풋옵션에 따라 현금유출 부담이 커진다. 투자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게다가 이번 CB 투자자 대부분 전략적 파트너라기보다는 투자조합·법인·개인 혼합 형태다. 기업성장이나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CB의 표면이자율이 1.0%에 불과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자본잠식 상태인 네오영이 1% 이자를 받기 위해 50억원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 부양을 통한 주식 전환 차익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잇단 CB 발행도 부담이다. HLB테라퓨틱스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번의 CB를 발행해 58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3월 16회차 CB(200억원), 17회차 CB(60억원) 등 모두 두차례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올해 들어선 2월 18회차 CB(50억원), 6월 19회차 CB(100억원), 최근 20회차 CB(170억원) 발행을 결정했다. HLB테라퓨틱스가 19회차 CB 발행을 결정한 6월엔 발행 공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6월20일 회사 종가는 9450원을 기록했는데, 일주일 뒤인 6월27일 종가는 4775원으로 반토막났다.
 
HLB테라퓨틱스는 10월1일 사채권자 풋옵션 행사에 따라 16회차 무기명식 CB 172억원어치를 원리금 포함 175억원에 취득했다. 16회차 CB 발행 대상자는 HLB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인 HLB(028300)로 계열사 자금이 모회사로 옮겨진 것으로 관측된다. 9월 말 기준 HLB테라퓨틱스의 현금성자산은 242억원이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개별 사안을 모두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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