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LG그룹이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특히 그룹 핵심인 전자와 화학, 미래산업 기반이 되는 LG이노텍 등에서 인사를 개편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돌파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평가됩니다.
LG전자 트윈타워. (사진=뉴시스)
LG그룹 각 계열사들은 지난 27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인사·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올해 임원 승진자는 총 98명으로, 2023년 139명, 2024년 121명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그럼에도 승진자의 21%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발탁되는 등,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강조해온 영역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했습니다. 이에 대해 LG는 “제품과 미래 기술 경쟁이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BC 분야를 포함한 R&D 인재를 전략적으로 중용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LG전자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류재철 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습니다. 1989년 금성사 입사를 시작으로 36년간 LG에 머무른 류 사장은 지난 2021년부터 LG전자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을 총괄하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연평균 매출 7% 성장률이라는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LG 생활가전이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데 류 사장의 기여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LG화학은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CEO로 선임했습니다. 김 사장은 1996년 입사 이후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핵심사업 분야의 주요 직책들을 두루 거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인사로 평가됩니다.
사장 승진은 신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LG이노텍은 반도체용 부품 사업, 라이다(LiDAR)·레이더(Radar) 등 자율주행 센싱 부품 사업, 로봇용 부품 사업 등 미래사업 다방면으로 진출하는 데 기여한 문혁수 LG이노텍 CEO를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전장 사업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에서 실적을 낸 은석현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장과 이재성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장을 각각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은 사장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한 인사로 평가받으며, 이 사장은 HVAC 분야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 CNS 등 계열사 사장은 유임됐습니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꾀하는 구상으로 해석됩니다.
LG그룹은 전자를 4년간 이끈 조주완 사장, 구 회장의 ‘1호 영입 인재’였던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사실상 세대교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세대교체는 이전 인사들이 신사업의 틀을 다지는 단계였다면, 이제 그 역량을 확대하는 것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LG 관계자는 “전자와 화학 등에서 CEO가 바뀐 만큼 세대교체로 해석할 수 있겠다”며 “이전 인사들이 미래 비전을 정립하고 방향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면, 이제는 속도를 내면서 확실히 실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