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쿠데타 1년)윤석열 내란재판만 32차…결정적 장면은?

지귀연 '구속취소' 결정에 공정성 흔들
흔들리지 않은 곽종근·홍장원의 증언
윤씨가 숨길 수 없었던 그날의 '진실'

입력 : 2025-12-02 오후 3:55:5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3일 기준 32차례 진행된 윤석열씨의 내란수괴 등 혐의 재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이 윤씨로부터 ‘국회 의결 방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면서 윤씨는 유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하급 군인들의 증언도, 윤씨의 모순적 법정 발언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남은 변수는 ‘지귀연 재판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씨 구속취소 결정으로 초반부터 공정성을 의심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12·3 계엄 선포를 지켜본 만큼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다음달 중순 변론 종결을 앞두고 윤씨 내란재판의 결정적 장면 다섯 가지를 짚어봤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 구속취소 결정에 공정성 흔들
 
윤씨 내란재판의 첫 분수령은 지귀연 재판부의 윤씨 구속취소 결정입니다. 재판부는 지난 3월7일 윤씨가 낸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찰이 즉시항고까지 포기하자 윤씨는 이튿날인 8일 석방됐습니다. 내란수괴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에 분노 여론이 치솟았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윤씨에 대한 구속취소는 사법 역사상 유례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재판부가 윤씨의 구속기간을 ‘일’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 윤씨의 구속기간이 끝난 상태에서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법리와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구속기간 산정 방식입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에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재판부의 결정이 윤씨에 대한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습니다. 
 
잠시 자유의 몸이 됐던 윤씨는 내란특검의 추가기소로 지난 7월10일 재구속됐습니다. 윤씨는 재구속에 항의하는 듯 재판 출석을 거부했지만, 지난 9월 체포방해 사건 첫 재판이자 보석심문에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출석을 거부한 지 85일 만이었습니다. 
 
2. 흔들리지 않은 곽종근·홍장원 증언
 
내란에 관한 윤씨의 혐의 중 핵심은 ‘국회 무력화 시도’입니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헌법적 장치인 겁니다. 그런데 윤씨가 계엄군과 경찰을 통해 국회 봉쇄를 시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를 막으려고 했다는 게 바로 국회 무력화 시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정치인 체포조’는 이번 혐의 핵심 쟁점입니다. 
 
그런데 곽종근 전 사령관과 홍장원 전 1차장은 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윤씨가 국회 무력화 시도와 정치인 체포조를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마찬가지 내용으로 윤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핵심 증인들입니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은 지난 10월 증인신문에서 출석, “(윤씨가 지난해 10월1일) ‘한동훈을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이날 처음 나온 증언입니다. 홍 전 1차장도 지난달 20일 증인신문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가 전화로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했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조 명단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 출석 거부하다 말 많아진 윤석열, 자충수 됐다
 
핵심 증인들의 이런 발언들은 윤씨가 직접 증인들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말을 통해 나왔습니다. 윤씨는 재구속된 이후 핵심 증인들이 나올 때만 선택적으로 법정 출석했는데, 이런 전략이 오히려 자승자박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윤씨는 지난 10월 증인으로 나온 곽 전 사령관에게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관저 회동 상황을 설명하며 “소주-맥주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느냐”, “계란말이와 베이컨을 굽고 여러분을 기다렸다”라고 횡설수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거기서 시국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윤씨가 비상대권을 언급했다’는 곽 전 사령관 말을 뒤집으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그렇게까지 말하니 제가 말한다”면서 문제의 ‘한동훈을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겁니다. 
 
또 윤씨는 지난달 20일 홍 전 1차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다가 홍 전 1차장으로부터 면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윤씨는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 도대체 이런 거(정치인 체포)를 여인형한테 시키고 여인형이 증인한테 부탁한다는 게 좀 연결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홍 전 1차장은 “그럼 여인형이 (계엄을) 독자적으로 했겠느냐”, “부하한테 책임 전가하는 것이냐”라고 반박했습니다. 
 
4. 숨길 수 없는 그날의 진실
 
윤씨의 위헌·위법한 지시는 당시 계엄군에 소속돼 현장으로 나갔던 군인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김형기 1공수여단 1특전대대장은 지난 5월 증인으로 출석해 이상현 전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 오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윤씨를 면전에 두고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그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해당 발언은 12년 전 윤씨가 했던 말 그대로였습니다.
 
앞서 윤씨는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배제된 것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윤석열씨에게 강골 검사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바탕이 됐습니다. 그랬던 윤씨가 군통수권자로서 군을 정치에 이용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아 부하 군인에게 같은 비판을 듣게 된 겁니다.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인 오상배 대위도 지난 5월 증인으로 출석, 12·3 계엄 당일 윤씨가 이 전 사령관에게 수차례 전화해서 “국회에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윤씨가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라”, “계엄 해제돼도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오 대위는 1999년생입니다. 그는 “그걸(윤씨의 지시)들었을 때 ‘이건 진짜 아니다’고 생각했다”라고도 했습니다. 
 
5. ‘지귀연 재판부’의 늦장 심리
 
윤씨 재판의 변수는 내란수괴가 또 석방될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윤씨의 구속기간은 내년 1월18일 종료됩니다. 윤씨의 일반이적죄 등 혐의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이정엽)은 1월23일 윤씨의 추가구속 여부를 심문하겠다고 했습니다. 
 
법조계에서 ‘지귀연 재판부’의 늦장 심리가 윤씨 석방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재판부가 윤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전 1심 선고를 마쳤어야 했다는 겁니다. 한 부장판사는 “지귀연 부장의 가장 큰 문제는 피고인들의 무리한 주장까지 용인하며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라며 “올해 12월엔 1심 심리를 종결한다더니 재판이 늘어져 또 석방 논란이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3특검(김건희·내란·채해병특검)이 기소한 다른 재판들은 신속하게 진행되는 점과 비교하면 윤씨 내란재판 지연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중순 윤씨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2월 법원 정기인사 전엔 1심을 선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감경조항을 고려한다면 사법부는 더 높은 수위의 사법개혁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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