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 신동훈·세월호 유족에 '서면 사과'

신동훈 '국가보안법 무죄' 확정 이후 공식 사과
수사 과정서 오해받은 세월호 유족들에도 사과

입력 : 2025-12-04 오전 10:38:53
[뉴스토마토 강석영·전연주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세월호 제주기억관 운영위원장)에게 국가정보원이 국정원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내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국정원은 신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도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보낸 서면 사과문. (제공=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
 
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국정원 비서실장 등은 지난 3일 제주도 모처에서 신 대표를 만나 이종석 국정원장 명의로 된 사과문을 전달했습니다. 
 
이 원장은 사과문에서 “이 사건 당시 수사를 주도한 국가기관의 입장에서 2023년 1월 압수수색 이후 대법원 무죄확정 판결에 이르기까지 신동훈님이 겪으신 고통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2년9개월간 진행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받으신 고초에 대한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또 “국정원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수사 과정에서 초래된 각종 의혹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고 교훈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업무수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의 기본권과 안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삼 인식하고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의 사과문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도 전달됐습니다. 이 원장은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한 국가기관 입장에서 2023년 1월 제주평화쉼터에서 진행된 압수수색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님들이 겪으신 고통에 대해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당시 압수수색은 세월호 참사와 전혀 무관함에도 해당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사건 관련자 주소지가 제주 평화쉼터이었기에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으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게 됐다”며 “관련자 주소지와 인접한 세월호 제주기억관이 압수수색 대상처럼 보도됐음에도 당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공보활동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일로 피해받는 국민들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신 대표는 2023년 윤석열정부가 대대적 수사를 벌였던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이후 신 대표는 당시 수사를 주도한 국정원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수사기관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국정원은 10월 신 대표에게 전화로 이 원장의 유감을 전했습니다. 국정원의 공식 사과는 이례적이었지만 신 대표 측은 “피상적 사과”라며 구체적인 사과문을 요구, 이번 서면을 받게 됐습니다. 앞서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7월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과거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정기획부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습니다. 
 
한편 양측은 신 대표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국가보안법 포상금 국고 반납’에 대해선 현행법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국가보안법상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체포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상금을 받습니다.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피고인 4명을 체포한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에게 총 552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습니다. 피고인 4명 중 2명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포상금 지급 여부가 기소 시점에 결정되는 탓에 상금 반환은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신 대표는 “기소만 하면 지급되는 포상금 제도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의 한 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 대표는 또 신문조서 바꿔치기를 시도한 국정원 특별수사관에 대한 재조사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국정원 비서실장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답했다고 신 대표는 전했습니다.
 
신 대표는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 역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대표는 “2023년 대대적인 수사에 국정원뿐 아니라 경찰도 개입했다”며 “이제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있는 만큼 경찰의 사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강석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