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되돌리는 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투자 위축’을 우려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한국의 법인세가 주요 국가보다 여전히 낮아 위기론은 과장됐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번 인상이 실효세율과 투자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반론입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심야 본회의를 열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표준 구간별로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등의 법인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는 지난 2022년 윤석열정부가 세제개편으로 일괄 1%포인트씩 인하했던 법인세를 3년만에 복구하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간 18조원 규모의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상 강행이 ‘투자 위축’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미 투자 독려 분위기가 이어진 데다 고환율과 노랑봉투법 등 각종 규제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국내 투자 유인책이 줄고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평가입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늘면 다음해 정부 법인세 수입은 늘어나게 된다”며 “AI데이터센터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투자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오히려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납부한 법인세가 총 6조23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특수로 이익이 늘어나면서 세부담도 동반 상승한 것입니다. 현대차 또한 1조8260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가 미비했고 오히려 세수결손을 낳았던 만큼 법인세율 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OECD 기준 한국의 실효세율은 일본이나 독일 같은 여타 국가보다 높은 편이 아니고 오히려 평균적인 수준”이라며 “과세 정상화 측면보다는 조세 체계나 구조를 생각했을 때 오히려 세부담이 낮은 편이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김 교수는 또 “법인세 자체가 법인 소득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수취되기 때문에 이번 1%포인트 인상이 전반적인 산업, 기업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지난해 기준 26.4%(지방세 합산 기준)로 G7국가의 평균 명목세율(27.2%)보다는 낮지만 OECD 평균(23.9%)은 2.5%포인트 웃돌고 있습니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23년 기준 4.2% 수준으로 OECD평균(3.7%)과 G7 평균(2.4%)을 상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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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법인세 명목 세율을 1% 올린다고 세수가 크게 늘지 않고 실효세율이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구조조적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R&D세제인센티브 재설계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중소기업간의 차등적 지원 방식을 철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규모와 같은 조건보다는, 실제 성과를 내는 기업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인세율 인상은 재정 건전성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투자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OECD 국가들과의 법인세율을 비교해보고 글로벌 표준을 갖고 조세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