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해외사업 '만만찮네'

입력 : 2010-12-20 오후 1:08:19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성장을 위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못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에 대해 필요성은 느끼지만 투자대비 효율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추가비용 투입이나 장기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 신세계, 13년 투자 中시장 '숨고르기'
  
신세계(004170)는 지난달 예정돼 있던 중국 내 신규 점포 오픈을 일단 내년으로 미뤄놨다.
 
신세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신세계의 중국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추가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를 거듭해왔지만 퀀텀 점프를 위한 기회를 찾지 못했고, 성장성마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는 중단하고 내실을 다지는 리뉴얼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둘러보고 투자 적격 판단을 내린 뒤,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사업 기반이 부족한데다, 최근 매물로 등장한 마타하리 인수전의 경우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부문 2위 탈환을 위해 현대백화점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데다, 롯데와의 유통분야 선두 경쟁에 필요한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사업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아 해외 진출에 올인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뚝심의 롯데, 금융업 진출 등 체질변화가 우선?
  
마타하리 인수전에 같이 뛰어든 롯데쇼핑(023530)도 해외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크지 않지만, 신동빈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어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 유통기업 타임스를 인수했지만, 타임스의 순위가 14위로 영향력이 크지 않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국내 사업은 모든 기업이 부러워할 정도로 탄탄하지만 해외 투자의 경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이익이 나고 있어 성과가 있는 것으로 얘기하지만, 내용상으로는 투입될 자본이나 계획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 부회장이 금융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노무라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금융 사업이 신수종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올해 교통카드 사업자 이비카드를 인수했다. 이런 행보는 기존 그룹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000400)을 묶고 롯데정보통신의 능력을 합쳐 유통 부문에서 유입되는 자금을 회전한다는 복안을 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업으로 영역 확장을 본격화하게 될 경우 신 부회장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격적인 해외투자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현대百, 中 소규모 진출..유통 외 사업 관심 
 
계열사까지 포함할 경우 가장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해외로는 눈을 거의 돌리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의 장기 계획에 따르면 신수종 사업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백화점 신규 출점에 몰려있다.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아직 영역 확장을 어느 방향으로 해야할지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까지 합치면 현금성 자산만 7천억원 가까이 있지만 특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규모는 작지만 홈쇼핑 중국 진출 등 신사업 발굴에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계열인 현대홈쇼핑(057050)은 지난 10월 현지 신생 케이블사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8년전 20억원의 자본금을 날리고 철수했던 것에서 조금 규모를 늘려 70억원이 안되는 액수를 합작사에 투자했을 뿐이다. 불투명한 해외 시장의 위험부담을 피해가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도 해외 보다는 국내에서 새 성장동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7일 자회사인 현대그린푸드(005440)를 통해 발광다이오드(LED)조명 생산업체인 반디라이트의 지분을 인수하고, LED칩 제조회사인 서울반도체와 제휴해 현대LED를 설립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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