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투트랙’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기업별 전략이 갈리는 대미 투자·사업 계획 등 세부 이슈는 각사별로 따로 조율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왼쪽부터) 사업장 전경. (사진=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마스가 프로젝트 대응을 위해 산업부와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관련 업체들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 채널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원팀 구성이 필요한 공통 이슈는 조선 3사와 산업부 등 관계 기관이 모두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사별로 대미 투자 전략과 사업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세부 전략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중재로 개별 논의를 유지하며 수차례 상시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마스가 협의체는 상시 소통을 유지하며 협력도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공통 이슈는 함께 대응하되, 기업 간 경쟁 전략이 노출되지 않도록 개별 전략은 각사와 별도로 조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직접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현지 기업과의 협약을 기반으로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참여를 공식화해 출발 시작점도 다릅니다. 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상선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3사 간 전략적 방향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동 사업 논의가 조선사 간 기술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선업 특성상 보안이 중요하고, 기술 협의 과정에서 실제 분쟁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당시 한국가스공사와 조선업계가 공동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KC-1) 기술에서 결함이 드러나며 소송전이 이어진 바 있고, 최근에는 HD현대와 한화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밀 유출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가 협의체는 기술 협의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민관 대응 전략을 조율하는 성격의 협의체여서 조직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LNG 화물창처럼 기술 공유가 필요한 협의체라면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마스가는 국가 간 상황에 대응 전략을 세우는 자리여서 기술 관련 논의가 오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이를테면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 같은 그러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