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 개발 본격화…조선·방산 지각변동

미, 핵잠 건조 붕괴 상태…연 1.2척 가능
“핵잠 공급망 한국이 메우면 마스가 탄력”

입력 : 2025-12-04 오후 4:25:1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개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핵잠 건조 공백을 메우기 위한 마스가(MASGA) 협력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잠의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해온 미국조차 공급망 붕괴로 흔들리는 형국은, 한국 입장에서 되레 조선·방산·원전 산업을 동시에 도약시키는 복합 성장 모델을 구축할 결정적 기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4일 국회에서 부승찬·김영배·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4일 국회에서 부승찬·김영배·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성공적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부승찬 의원은 “브라질은 핵잠 사업을 사실상 접었고 인도 역시 소음·안정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며 “한국이 단지 핵잠 건조에 성공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바다에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산업적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핵잠 건조 체계는 “단순한 생산 지연이 아닌 구조적 붕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용선 율촌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미국 조선소들은 이미 공급망 붕괴와 숙련 인력 이탈을 겪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개선에 실패했습니다. 한 척당 50억달러로 예상한 건조비가 20% 이상 증가했고, 잠수함 예산 부족이 심화되자 향후 건조 예산을 인력 운영비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논의될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비 체계 역시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부품을 일괄 반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구조여서 지연이 반복되며, 핵잠을 건조하는 두 조선소에서는 용접 불량 사례가 심각하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48척의 핵추진공격잠수함(SSN)을 보유하고 있지만 목표는 66척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컬럼비아급 1척, 버지니아급 2척 등 연 3척 건조가 필요하지만 실제 건조 능력은 연 1.2척에 그칩니다. 게다가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안보협력체(AUKUS) 추가 물량까지 감안하면 연 2.3척 이상의 생산이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노후 SSN의 퇴역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전력 공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건조 능력을 개선할 근본적 해결책이 미국 내부에는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의 잠수함. (사진=미군 해군)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54년 미국은 목표 66척이 아니라 36척만 운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역시 잠수함 건조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5배 작업량이 필요하지만, 미국 내에서 감당할 역량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최 위원은 이러한 상황이 한국에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가 협력을 언급한 배경 역시 “한국을 통한 미국 핵잠 건조 능력 확충”이라는 진단입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60척의 SSN과 10척의 핵추진 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을 건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1500억달러를 어디에 투자해 성공적 사업모델을 만들지 결정할 시점”이라며 “한화·HD현대가 미국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핵잠 건조 공급망 기능을 맡는다면 마스가 협력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경제적 이익을 군사안보와 연계하려는 미국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건조 장소와 역할 분담을 논의할 때 미국이 추진 중인 조선업 재건 전략과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핵잠 개발은 단순한 전력 확보를 넘어 조선·방산·원전 산업이 동시에 도약하는 ‘복합 성장 효과’를 낳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핵잠 사업은 SSN 모듈 제작, 잠수함 정비·수리 기지 구축, VPM(다목적 미사일 모듈) 생산 등 고부가가치 분야와 직결됩니다. AUKUS 등 글로벌 안보 협력 체계에 참여할 여지도 넓어지면서 방산·군수 외교에서 한국의 영향력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선산업 측면에서도 고강도·내피로 특수강, 초정밀 용접·정합 기술 등 핵잠 제조 핵심 공정이 군함·특수선 등 상위 조선 분야로 확산돼 산업 고도화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자로 엔지니어와 방사선 안전요원 등 고급 기술 인력 양성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SMR 분야에서는 해군용 원자로 기술과 한국형 SMR 기술이 융합되면서 ‘해양 원전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전략산업 분야도 열릴 전망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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