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훼손 없이 자금조달"…이 대통령, 'K-반도체' 고삐

"반도체 국가 대항전, 국가 역량 총결집"…R&D '집중'

입력 : 2025-12-10 오후 5:33:4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국가 차원의 'K-반도체' 육성 지원을 위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예고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반도체산업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건데요. 정부는 K-반도체의 글로벌 2강을 목표로 2047년까지 7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산 분리, 첨단 분야 저해할 수도"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육성 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매우 경쟁력을 가진 전망 있는 영역"이라며 "정부도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의 생태계 전반과 관련해 "우물을 작게 파면 빠르지만 깊게 파기는 어렵다. 넓게 파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깊게 팔 수 있는 길을 갔으면 한다"면서 "전후방 산업,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관심을 가져달라. 생태계가 튼튼해야 장기적인 성장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두에 대기업 쏠림 현상을 견제하며 '상생'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성장을 위해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큰 고목이 자라면 주변 관목들이 다 사라지는 것처럼 주변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관련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생태계 조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있었던 요구를 직접 언급하며 금산분리 완화를 예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 회장이 한참 전 투자자금 문제를 언급했는데 일리가 있었다"면서 "금산분리 원칙은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최 회장은 투자자금 조달의 한계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며 거의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해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규제를 대규모로 손보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여기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투자 방식도 허용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 700조 '장기 투자'…균형 발전 전략도
 
정부 차원의 구체적 지원 방안도 공개됐습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을 '전장' 혹은 '전쟁'이라고 표현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으로 반도체산업의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확장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2047년까지 총 700조원 이상을 투입해 팹(반도체 생산 공장) 10기를 신설, 세계 최대·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초격차 기술의 유지를 위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NPU), PIM 등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에 정부 연구개발(R&D)을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또 첨단 패키징 기술개발에도 지원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메모리 2159억원(2032년) △AI 특화 반도체 1조2676억원(2030년) △화합물 반도체 2601억원(2031년 △첨단 패키징 3606억원(2031년)을 투입합니다. 
 
여기에 민관 합동으로 4조 5000억원 규모의 12인치 40나노급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해 국내 팹리스 기업에 전용 물량을 할당하고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 대통령의 '균형 성장' 전략도 반영됐습니다. 우선 반도체산업의 '탈 수도권'을 위해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합니다. 이로써 광주와 부산·구미가 반도체의 각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관련해 향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고,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근무 인력에 대한 유연한 노동시간 적용 및 투자 지원금 확대 등 '파격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고급 인력 확보 문제 해소를 위해 '반도체 대학원대학'을 신설하고, 기업이 설·운영에 직접 참여해 연간 300명의 석·박사급 인재도 양성하기로 했습니다.
 
김 장관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우리 산업의 명운이 달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그동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비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반도체 국가 대항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수요 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비수도권 클러스터 내에서 연구직에 대한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유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노동시간 규제 완화와 관련한 가능성을 열어 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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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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