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삶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입력 : 2025-12-11 오후 4:10:02
드라마를 보면 울 것 같아 못 보겠어요.” (1970년대생 국내 대기업 부장)
 
중·장년층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이룬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대기업 부장 김낙수의 직장생활의 스토리를 넘어 희망퇴직을 당한 뒤 재취업과 노후 준비를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중·장년층 남성 직장인의 고민과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 자가를 소유하고 대기업 부장이란 타이틀을 단 1972년생 김낙수는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 제법 성공한 인생을 살다 50대에 퇴직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후 드라마는 김 부장이 직면한 불안을 집중 조명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지만, 어느덧 마주한 것은 희망퇴직이고 가족의 생계는 공포 그 자체인 현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김 부장'들이 드라마에 깊이 공명한 대목이다.
 
실제 드라마 밖 곳곳에는 김 부장이 실재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결과를 보면, 퇴직자 평균 연령은 52.9세고 남성 기준 근속기간은 21 6.6개월이다. 올해 나이 53세인 김 부장이 굴지의 통신사 ACT에서 25년가량 몸담았던 설정을 고려하면 드라마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픽션인 드라마보다 삶은 더 냉혹하다. 최근 재계의 연말 인사를 보면, K-직장인인 김 부장들의 고민과 불안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세대교체 흐름과 조직 슬림화 추세를 더욱 뚜렷했기 때문이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조직 혁신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 목적으로 인적 쇄신의 칼바람’까지 불면서, 50~60대의 조기 퇴장 분위기도 이어졌다.
  
또한 임원 인사에서 3040세대의 약진으로 상대적으로 50대 김 부장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는 분위기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이 뱀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한 후배이자, 김 부장의 자리를 꿰찬 도진우 부장은 임원 승진에 끝내 실패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드라마와 달리 삶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스틸컷. (사진=JTBC 캡처)
 
모두 인공지능(AI)이라는 글로벌 산업의 대전환 흐름에서 비롯됐다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최신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는 어제 오늘의 일만도 아니다. 조직 혁신의 이름으로 상대적으로 신기술에 능통하고 트렌드에 기민한 젊은 세대를 중용하는 일은, 기업이 늘 해오던 인사 원칙이기도 하다. 김 부장들은 우리들의 아버지였고, 삼촌이었고, 나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김 부장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도 분명하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뒤로 밀리면서 소득 크레바스가 현실화한 데다, 정년을 채우기조차 어려워진 것도 오래전 일이다. 더 이상 김 부장 홀로 감내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김 부장들을 위한 전향적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도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드라마는 창업으로 끝났지만, 미래의 김 부장들은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기를 오늘의 김 부장들은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도 밥벌이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김 부장들을 응원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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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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