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역대 정부 최초로 시도된 부처별 업무보고 '생중계'가 호평받고 있습니다.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 실천 목표 중 하나였던 업무보고 생중계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되던 업무보고의 공개로 정책 투명도는 높아졌고, 생중계 주목도가 올라가면서 대국민 소통에도 성과를 봤습니다. 특히 공직 기강 다잡기를 통한 '일하는 정부'로의 손질도 이뤄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환점 돈 부처 업무보고…대국민 '이행 점검'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기후에너지환경부·행정안전부 및 산하 공공기관들의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날 업무보고는 4일차로 예정된 일정의 반환점을 지났습니다.
이 대통령은 19부·5처·18청·7위원회를 포함해 228개 공공기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데요. 최초로 전 과정을 생중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생중계 업무보고를 예고하며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국민과 나누고 정책 이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4일 차까지 마무리한 업무보고는 당초 설정한 목표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초 업무보고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사후 브리핑을 통해 전해지던 업무보고 내용은 전체 공개로 전환됐습니다. 이로 인해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보고 내용 역시 투명하게 공개됐는데요.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 중심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으며 국민주권도 내실화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책을 투명하게 검증하면서 집단지성을 모아야만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커진다"고 했습니다. 이를 놓고 여당에서는 업무보고의 공개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성과를 공직사회에 분명히 요구한 자리"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또 이미 투명하게 공개된 정책들을 국민이 직접 시청한 만큼 이행 과정도 점검의 대상이 될 거라는 겁니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는 1회용 컵 보증제와 관련해 "일회용 컵은 정권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면서 "약간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제도를 만들 때는 실현 가능성과 국민 편의를 봐야 하는데 필요성만 보고 하니까 저항이 생기고 정책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짚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짜 일' 줄이기 전 부처로"…'일하는 정부'
이 대통령은 생중계 업무보고에 대한 체감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습니다. 그는 "요즘 업무보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져 생중계 시청률도 많이 나올 것 같다"면서 "넷플릭스보다 더 재미있다는 설도 있더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국정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언제나 믿고 있다. 국민들은 1억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1억개의 귀를 가지고 있고, 입은 무려 5000만개"라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우리가 느낀 것 이상의 것을 느낀다. 딱 얼굴 보면, 표정 보면 느낌이 오는데 이걸 수천만 명이 느끼면서 서로 교감한다. 그래서 국민들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생중계 업무보고가 이어지는 순간을 대국민 소통의 장으로 삼은 셈입니다.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된 정책들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당시 "(탈모 치료를) 예전에는 미용의 문제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대신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급여 적용) 횟수 제한을 하든지 총액 제한을 하든지 검토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보험료 부담에 비해 체감 혜택이 적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무보고가 '망신 주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에는 취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하라. 모르는 데 아는 척하는 게 진짜 문제이자 못된 것"이라며 "곤란한 지경을 모면하고자 슬쩍 허위 보고를 하거나 왜곡 보고를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공직 기강을 위한 '신상필벌'도 분명히 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 해법을 계속 연구해달라"며 "공직자들의 특별한 헌신과 성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직 사회에 퍼져 있는 보여주기식 업무와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등의 '가짜 일'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과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혁신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가짜 일 30% 줄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정말 재미있는 아이템 같다"며 "민간에서 모셔 온 보람이 있다"고 호응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부뿐 아니라 전 부처로 프로젝트를 확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