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 양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을 위한 별도의 협정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해당 협의를 위해 미국 측 실무단이 방한해 협의 속도를 높이고 이행 성과까지 점검할 예정인데요. 미국 원자력법 제91조에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국, 캐나다, 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고위급 회담서 이행 점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1월 14일 팩트시트가 발표된 지 1개월 남짓이 됐다"며 "미국 방문은 팩트시트 안보 분야의 후속 조치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 실장은 지난 16~22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일본을 방문한 바 있는데요. 당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핵농축·재처리·핵잠수함 등 분야별로 중점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핵추진잠수함과 관련해) 양측 간 별도의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추가 협의는 현재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한계 때문입니다. 미국 원자력법 제91조에 따르면 군용 핵물질은 이전이 금지돼 있습니다. 다만 별도 조항이 있을 경우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전이 허가되는데요.
위 실장은 호주와 미국이 별도 협정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역시 이번 협의를 통해 면제 혹은 예외 적용 규정의 근거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는 이번 협의를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밀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는 입장입니다. 위 실장은 불안정한 세계 우라늄 시장에서 이 문제는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양국 정상의 합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분명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추진잠수함에 사용되는 핵연료에 있어서도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한·미 미사일 협정에 따라 제약의 대상인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설명입니다. 또 미국 측에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핵 비확산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협의는 내년 중반이나 하반기에 특정 시점을 잡고 고위급회담에서 이행 성과를 점검키로 했습니다. 조인트 팩트시트와 이번 협의를 통한 결과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북정책, NSC서 조율 '원 보이스'"
위 실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미국·일본 및 유엔(UN) 측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외교전은 위 실장의 이번 출장의 목표이기도 했는데요. 다만 위 실장의 출장 기간 이른바 '자주파(남북 관계 우선)'와 '동맹파(한미 동맹 중시)'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통일부와 외교부로 대표되는 갈등입니다.
하지만 위 실장은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에 대해 말을 아끼며 '조율'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중요한 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의 조율"이라며 "조율된 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시작 지점에서 논란이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말씀드리면 일이 더 복잡해지는 것이 저간의 경위라 말씀을 삼가겠다"며 "대통령께서 많은 것을 정리하셨고, 앞으로도 여러 부처의 다양한 의견을 NSC 논의를 통해 조율·통합해 '원 보이스'로 정부 입장을 내놓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외적 혼란'이 부각되는 점에 대해서는 경계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자주파·동맹파 갈등을) 알고 있다"며 "어떨 때는 (통일부와 외교부 중) 어느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인지에 대해 묻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