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리더십 영입을 통해 자율주행 조직 간 협력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할과 방향이 일정 부분 겹쳤던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 내 혼선을 정리하고, 포티투닷·모셔널과의 협업에 속도를 내면서 분산됐던 자율주행 역량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담당한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지난 13일 영입했습니다. 박 사장은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개발 과정에서 테슬라 비전을 설계하고 개발을 주도했으며, 엔비디아에서는 부사장으로 자율주행 인지 기술 개발 조직을 이끌며 양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습니다. 박 사장은 젠슨 황 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20~30명의 극소수 임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AVP본부장에 박 사장을 영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리더십 체계를 재정비했습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에서 실제 양산 경험을 쌓은 박 사장이 AVP본부와 포티투닷을 동시에 이끌면서 두 조직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모셔널과의 협력도 원활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AVP본부는 레벨 2~3 양산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맡고, 포티투닷은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합니다. 모셔널은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기술과 로보택시 서비스를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각자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중복을 해소하고 협력 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인데, 모셔널도 기존 라이다·레이더 중심 방식에서 카메라 중심의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전환하며 그룹 내 기술 노선을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AVP본부가 보유한 양산 경험과 하드웨어 기술, 포티투닷의 AI 소프트웨어 역량, 모셔널의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레벨 2부터 레벨 4까지 전 영역을 커버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포티투닷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AVP본부가 양산차에 적용하고, 모셔널이 로보택시 운행을 통해 축적한 실제 도로 데이터를 그룹 내에서 공유받아 기술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전망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시스 GV80 등 주요 모델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본격 탑재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AVP본부는 포티투닷, 모셔널과 역할이 중복돼 내부 혼선이 없지 않았습니다. 특히 포티투닷이 추구하는 카메라 기반 엔드투엔드 방식과 모셔널의 라이다 센서 기반 로보택시 개발이라는 두 가지 기술 노선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조직 간 보이지 않는 주도권 경쟁도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송창현 전 포티투닷 대표 겸 AVP본부장이 사임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업무 충돌과 비효율로 인해 기술 개발 속도가 더뎌진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글로벌 경쟁 격화도 조직 체계 재정비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지난 CES 2025에서 엔비디아가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하고, 테슬라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FSD 기술 우위를 과시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졌습니다. 테슬라 FS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GM의 슈퍼크루즈까지 국내에 선보이면서 분산된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