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재계가 주장해 온 ‘한일 경제연대’ 구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군불을 지핀 한일 경제연대론은 CPTPP 가입을 넘어 한국과 일본을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해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경제·사회 협력을 통해 공통의 위기를 돌파하자는 구상입니다. 학계에서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공고해지는 현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소인수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CPTPP 가입 문제가 긍정적으로 논의 되면서, 재계가 주장해 온 한일 경제연대 구상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CPTPP는 일본의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회원국은 지난해 12월 가입한 영국을 포함해 일본·캐나다·호주·멕시코 등 12개국입니다. CPTPP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15%를 차지하는 경제권으로 관세 철폐율 95%, 디지털·지식재산권·금융 등에서 비관세 장벽 자유화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CPTPP 가입은 재계가 주장해 온 ‘한일 경제연대’의 첫 단추로 꼽힙니다. 일본과의 단계적 경제 협력 강화 측면에서 CPTPP라는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한일 간 보이지 않는 정치·외교적 무역 장벽을 먼저 허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궁극적으로 한일 경제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입니다.
그동안 최 회장을 비롯한 재계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높아지는 무역 장벽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일 경제연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일본과의 경제 연대를 통해 미국-중국-EU(유럽연합)에 이은 세계 4위인 6조달러(약8600억원) 규모로 시장을 확대해 패권국들의 압박에 대응하고 공통된 경제·사회 문제의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재계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CPTPP 가입을 비롯한 한일 경제 협력에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 지역 협력과 민생 연대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인구 구조 변화와 지역 산업 발전 등을 논의하는 등 한일 경제 협력의 불을 계속 지피는 모습입니다.
다만 CPTPP 가입을 비롯한 한일 경제연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정치·사회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또한 농수산물 개방에 따른 완충지 확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약화 우려, 그리고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생존 위협 등도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학계는 정치·사회 이슈와 분리해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에 따라 한국 경제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역시 독자적 성장이 쉽지 않은 만큼, 일본과의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치·역사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치열하게 부딪혀서 방어해야 하지만 현재 어려운 시기인 만큼 경제 협력의 접점을 넓혀 미·중 리스크에 대항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AI 산업 발전과 핵심 원자재 등 공급망과 관련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부분이 많기에 경쟁을 통한 극일과 일본을 이용하는 용일 등 다양한 방식의 연대가 이뤄지는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