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증권사 보고서들은 연일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의 목표가 상향 소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관심은 신동빈 부회장의 광폭 행보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연구 보고서와 달리 이곳 저곳 들여다보는 신 부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해 업계 한쪽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곳은 금융"이라며 "금융 사업을 세밀하게 추진하면서 다른 곳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간신히 적자만 면하고 있는 중국 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할인점 부문에서 80개가 넘는 점포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현지 업계 1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고, 인도네시아 시장 안착에 필요한
롯데쇼핑(023530)의 현지 유통기업 인수전도 덩치 큰 글로벌 기업들과의 힘겨운 싸움이 예고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롯데가 해외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건, 신 부회장의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 와중에 대형매물인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다고 하니, 업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이미 경쟁 격화로 대행기업을 쓰는 3자 물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 롯데의
대한통운(000120) 인수는 실익이 크게 없어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다만, 롯데가 경쟁사와 달리 대형 물류 회사가 없다는 점에서 '구색 갖추기'라는 의미는 있다.
신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금융사업' 준비도 더디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쪽도 그룹체질을 일부 개선해야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돈들어 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 상황이 되면서 그룹 신수종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부채비율 100% 이하의 우량 기업이라 하더라도 3곳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조직 피로도를 누적시키고,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을 한층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신 부회장이 광폭 행보가 금융업 진출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롯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업을 통한 현금 흐름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수익을 얻고, 관계사가 필요한 돈을 싸게 빌려 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금융업 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의 금융업 진출은 '일종의 돈놀이'라는 얘기다. 신 부회장은 젊은 시절 글로벌 금융기업 노무라의 경력을 살려 금융업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미 일본 롯데와의 교류를 통해서도 상당한 환차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1위 유통기업이 돈놀이를 한다는 이미지는 개인고객 대상의 유통 기업 특성상 좋을 것이 없어, 굵직한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시장의 시선을 가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롯데는 이미 중국 백화점 사업이 현지 합작사와의 의견차이로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현지 할인점 이익률도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장의 경우 인수전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시장 안착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여기다 관련법 국회통과로 기업형수퍼마켓(SSM) 진출이 전보다 어려워져 입점 예정이었던 상당수 부동산에 발이 묶일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내수 위주의 유통기업이 국내와 해외에서 치르는 동시전쟁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