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빈자리 꿰찬다…K방산, 베트남 전략산업 정조준

‘수출 1호’ 한화에어로, 운용 비결 공유
유도무기·철도·조선…전방위 협력 확대

입력 : 2026-02-05 오후 2:49:2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베트남이 한국 방위산업과 인프라의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수출길을 튼 K9 자주포에 이어 유도무기 등 첨단 무기체계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한편, 철도와 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동남아 전략 거점으로 삼고 공략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3일(현지시각) 하노이의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방산 협력 설명회'에서 LIG넥스원 관계자가 자사 무기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LIG넥스원(079550), HD현대중공업(329180), 현대코퍼레이션(011760)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의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방산 협력 설명회’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 국방부 산하 국영 방산 기업 바쑤코(VAXUCO) 관계자와 태국, 필리핀 등 주변국 무관단 20여명이 참석해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베트남 방산 시장은 ‘2030 군 현대화’ 전략을 기점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무기체계의 80%를 차지하던 러시아산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이 붕괴됐고,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중국산 무기는 안보 부담 탓에 도입이 꺼려지는 실정입니다.
 
‘안보 공백’의 최적 대안으로는 한국이 꼽힙니다. 서방 무기와의 호환성과 우수한 가성비는 물론, 베트남이 절실히 원하는 ‘기술이전 및 현지생산(ToT)’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입니다. 
 
K9 자주포 수출로 베트남과 협력 물꼬를 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행사에서 맏형 역할을 했습니다. 베트남은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 20문을 2억5000만달러(약 3630억원)에 정부 간 거래(G2G) 방식으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산 방산 제품의 첫 베트남 수출 사례이자 K9의 동남아 첫 진출로 평가됩니다. 이 같은 선행 사례는 향후 다른 무기체계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사진=연합뉴스)
 
‘선발 주자’의 지원 사격 속에 후속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인 ‘L-SAM’ 등을 소개하며 베트남의 방공망 강화 수요를 공략했습니다. 남북으로 3260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가진 베트남은 영공 방어가 까다로운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어, 고도와 사거리가 다른 다층적인 방어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재계 4위 타코(THACO)그룹과 ‘철도차량 국산화 및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며 철도 분야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베트남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이자 숙원사업인 남북 고속철도 구축(약 90조)을 염두에 둔 행보입니다. 현대로템은 철도 협력을 축으로, 시장 접점을 넓히는 차원에서 K2 전차 등 현지 수요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양 분야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산업 발전계획’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 기업들이 부상 중입니다. 2030년까지 선박 기자재 국산화율 50% 달성이라는 베트남의 국가적 목표를 실현할 유일한 대안으로, 현지 인프라를 갖춘 ‘K조선’이 꼽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는 곳은 HD현대(267250)입니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설비 확장과 공정 개선을 통해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6척에서 25척 내외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또 지난해 말 인수를 완료한 HD현대에코비나를 통해 기존 발전 설비뿐만 아니라 독립형 가스 탱크와 항만 크레인 제작까지 수행하며, 친환경 선박 기자재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HD현대가 베트남 현지에 구축한 조선·제조업 밸류체인은 향후 베트남 해군 현대화 사업에서 현지 건조와 MRO까지 아우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생산·운용 경험을 축적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는 점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서 긍정적”라며 “베트남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중장기적인 시장 진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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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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