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I, 올림픽도 ‘매트릭스’처럼

‘보는 스포츠’에서 ‘체험하는 스포츠’로 진화
AI가 포착한 ‘결정적 순간’이 패러다임 주도

입력 : 2026-02-11 오전 9:19:11
지난 6일 개막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마땅히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설원 위 선수들이지만, 더불어 그들을 비추는 ‘인공지능(AI)’도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의 기술이 단순히 경기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AI는 인간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찰나’를 재구성하며 스포츠 콘텐츠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중계가 AI 기술의 접목으로 ‘보는 스포츠’에서 생동감을 직접 ‘체험하는 스포츠’로 진화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멀티 카메라 리플레이 시스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중계 시스템의 대전환을 선언했습니다. 그 핵심은 ‘클라우드’와 ‘AI’입니다. OBS는 기존 위성 중심의 송출 방식을 100%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인텔(Intel)·알리바바(Alibaba) 등 글로벌 파트너사의 기술을 결합해 ‘멀티 카메라 리플레이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수십 대의 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합성해 시청자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선수의 동작을 360도로 돌려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중계 기술을 도입한 셈입니다. 중계 상황을 보면 실제로 많은 드론과 카메라가 활약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기술 혁신은 한국 선수단의 경기 장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 선수의 질주 장면은 단순한 중계 화면이 아니었습니다. 시속 130km로 질주하는 선수를 따라붙는 1인칭 시점(FPV) 드론 촬영과 AI 보정 기술이 결합되어,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선수가 느끼는 속도감과 눈보라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점프 높이 0.1초 만에 산출”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예술 종목에서도 AI는 강력한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은 이해인, 신지아, 차준환 등 한국 선수들의 연기에서 점프의 높이, 회전 속도, 체공 시간, 착지 시 엣지의 각도 등을 실시간 데이터로 시각화해 화면에 띄웁니다.
 
이전까지 해설위원의 감각과 설명에 의존했던 영역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치환되면서, 팬들은 선수의 컨디션과 기술적 완성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는 보조 수단으로도 활용되며 기술 도입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쇼트트랙 경기장에서도 AI의 활약은 두드러집니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중국), 김민석(헝가리) 등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경기에서, AI는 선수 간의 거리, 추월 시점의 순간 속도 등을 분석해 단순한 순위 경쟁 이상의 입체적인 서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 소비 패턴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 생산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의 핵심 전장은 ‘누가 더 많은 메달을 따느냐’가 아닌 ‘누가 더 매력적인 순간(Moments)을 전달하느냐’에 있습니다.
 
AI는 경기 전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관중의 함성, 득점 상황, 선수의 제스처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생성합니다. 편집자가 수동으로 컷을 나누던 과거와 달리, AI는 수초 내에 숏폼(Short-form) 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 소셜 미디어로 배포합니다.
 
한 콘텐츠 제작 전문가는 “2026년 이후 스포츠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팬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순간을 식별하는 능력”이라며 “AI는 방송사와 플랫폼이 단순 제작 노동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갤럭시 S25 울트라'로 촬영하고 생중계해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사진=삼성전자)
 
기술 올림픽의 명암, 그리고 미래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제기됩니다. AI 심판 보조 시스템 도입에 따른 판정 논란 가능성과 선수들의 생체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AI와 스포츠가 결합한 ‘뉴 노멀(New Normal)’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AI가 스포츠를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쇼케이스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올림픽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과, 그 한계를 기록하고 확장하려는 기술의 경쟁이 함께 펼쳐지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임삼진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