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적군을 우군으로 만드는 법 (2)

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③

입력 : 2026-02-12 오후 12:00:00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지난 글에서 우리는 암세포가 해당 과정(glycolysis)에서 만들어진 젖산을 통해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라는 면역의 최전선을 서서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암이 이들을 단순히 회유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는 방식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암세포의 세 번째 지원군, 섬유아세포
 
우리 몸에는 섬유아세포 또는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보조 세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영어명칭은 fibroblast입니다. 섬유질을 뜻하는 ‘fiber’와 ‘뿜어내다’라는 뜻의 ‘blast’의 합성어입니다. 그 기능은 섬유와 같은 단백질, 즉 콜라겐 등을 생성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좋은 콜라겐은 해당 장기를 보호해주고, 또 피부에서는 피부에 탄력을 주고 윤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습효과까지 가져옵니다. 그래서 피부에 있는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좋은 콜라겐을 내도록 하는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그런 암 주변에서는 이 섬유아세포가 변합니다. 암의 신호 때문에 재프로그래밍이 된 섬유아세포는 CAF(cancer-associated fibroblast)라고 불리며,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합니다.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섬유성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이들이 축적되어 형성되는 구조가 바로 세포외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 입니다. 
 
암세포가 쳐 놓은 덫, 세포외기질(ECM)
 
ECM은 살아 있는 세포는 아니지만, ▲암 주변을 둘러싼 물리적 방어벽이 되고 ▲산소와 약물의 확산을 방해하며 ▲성장인자와 신호물질을 저장·방출하는 기능적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CAF의 병리화가 심해질수록 ECM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종양 내부는 산소가 부족하고 산성화된 환경으로 고착됩니다.
 
이렇듯 병리화된 환경에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도 갇히게 되면서 점점 병리화의 단계를 걷게 됩니다. 다시 말해,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는 암세포가 CAF를 시켜 쳐 놓은 그물망에 완전히 갇히게 됩니다.
 
산소가 부족하고 산성화된 상태에서 대식세포와 Treg은 이제는 이토콘드리아를 이용한 ATP 발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처음 ‘만나’에 한번 맛 들인 상태가 아니라, 아예 만나에 길들게 되는 상태가 됩니다. 아니 ‘만나’보다는 ‘아편’이 더 적절한 비유 같네요.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는 아예 ‘아편쟁이’가 되어, 본연의 면역 첨병 기능은 아예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심각한 병리화 상태입니다.
 
사실 CAF와 ECM의 병리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세계 암 연구자들에게는 많이 회자하고 있었어요. 제가 작년 4월 참석했던 시카고 미국암연구학회 (AACR) 연례학회에서도 연구주제의 3분의 1 정도가 이 분야와 관련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위해 CAF에 더 집중적인 연구를 촉구하는 논문들도 꽤 나타나고 있어요. 최근 국내 일간지에도 보도된 GIST 생명과학연구팀의 연구도 암세포와 CAF 간 신호 연결체계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CAF나 ECM이 단순히 학문적 연구주제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에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Bio-Showcase라는 제약업계 중심 행사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임원들 간의 패널 토의 주제 중의 하나가 ECM이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상업적 차원에서도 관심 주제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자 이제 글을 마무리 해볼까요? 암세포는 당화과정이라는 우리 몸이 만들어낸 비상적 ATP 생성과정을 통해 나오는 부산물로 주변에 자기를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면역기전을 자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정상 세포들에 가야 할 영영분을 독차지(?)하면서 자기 번식을 꾀하는 것이지요.
 
이제 암세포의 자기 생존법을 알았으니,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궁금해지지요? 다음 글에서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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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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