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고삐 풀린 식탁물가 잡아야 한다

입력 : 2026-02-11 오후 3:19:3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주말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동네 분식집에 들렀다. 야채김밥 한 줄 3500원. 작년만 해도 2500원이던 메뉴다. 불과 1년 만에 1000원이 올랐다. 떡볶이와 김밥 몇 줄, 돈까스를 함께 포장했을 뿐인데 계산대에는 2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찍힌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요즘, 체감은 늘 한 달 뒤 카드 명세서에서 찾아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였다. 그러나 외식물가는 3.2% 상승했다. 김밥·떡볶이·햄버거 같은 대중적 메뉴 가격은 전년 대비 5% 안팎 올랐다. 숫자만 보면 소폭 상승처럼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정반대다. 
 
국밥, 제육볶음, 비빔밥, 김치찌개 같은 ‘서민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비빔밥 가격은 1만원을 넘어섰고 냉면은 적어도 1만2000원 넘게 내야 한다. 잔치국수도 8000원을 줘야 먹을 수 있다.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음식 이름이 아니라 가격이다. 무엇을 먹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기준이 됐다.
 
문제는 단순히 비싸졌다는 데 있지 않다. 밥값 상승은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삶을 압박한다. 집세가 오르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밥값이 오르면 하루의 리듬이 바뀐다. 점심을 거르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외식물가는 이미 체감의 영역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통계는 늘 ‘전년 대비 몇 퍼센트 상승’이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사람들의 체감은 누적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식물가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재료비가 안정돼도, 임대료가 동결돼도 가격은 그대로 남는다. 올라간 가격은 곧 새로운 기준이 된다.
 
이른바 '코스트 푸시(cost-push)'라는 설명이 반복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인상, 전기·가스요금 인상.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 외식업의 중심은 영세 자영업자다. 높은 임대료 의존 구조 위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더해졌다. 본사는 위험을 나누기보다 점주에게 전가한다. 자영업자는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는 비싸진 밥을 먹거나 외식을 포기한다.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다.
 
배달 주문 비중이 커질수록 플랫폼 수수료와 각종 부대비용은 외식업 비용의 핵심축이 됐다. 많은 음식점이 매출의 20~30%가 수수료와 배달비로 빠져나간다고 호소한다. 플랫폼은 주문이 늘수록 이익이 커지지만, 가게는 주문이 늘어도 남는 것이 없다.
 
이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소비자다. 특히 1인 가구, 청년층, 노년층,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외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다. 집에서 매번 밥을 해 먹기 어려운 이들에게 외식물가는 곧 생존비다.
 
때문에 외식물가 문제를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대립 구도로 몰아가서는 해법이 없다. 둘은 같은 배에 타 있다. 진짜 문제는 임대료, 플랫폼, 유통 구조라는 상층부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체감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담합 수사, 업계 가격 인하, 범정부 물가관리 TF 검토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며 생활물가 안정에 사실상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 관리 의지를 통해 국민이 생활물가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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