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국민성장펀드)③관제펀드 '흑역사', 이번엔 다를까

선박에서 뉴딜까지 실패의 연속
민간 펀드 수익률 460%에 달해
정부 정책에만 기대선 성장 어려워

입력 : 2026-02-2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3일 16:5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손을 맞잡고 역대 최대 규모인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이 펀드는 또 하나의 정책성 자금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산업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 성장 자본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IB토마토>는 국민성장펀드의 구조와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고, 기존 정책펀드와의 차별성과 한계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정부가 설계한 관제펀드의 역사는 20년을 훌쩍 넘겼다. 과거 선박펀드를 시작으로 뉴딜펀드까지 산업 육성, 자원 확보, 통일 대비, 경기 부양 등 목적은 정부마다 달랐지만, 저조한 수익률은 기본이고 논란만 남겼다는 평가다. 150조원에 달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올해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한 펀드의 실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실패 원인으로 운용 자율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돼있다는 점을 꼽는다.
 
관제펀드의 반복된 실패…선박·유전·통일펀드의 그늘
 
2000년대 중반 도입된 선박펀드는 해운사 선박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성격의 상품이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 5위권 해운 강국이었지만, 선박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정부는 선박 보유량 확대를 국가 전략 과제로 인식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해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명분도 따랐다.
 
선박펀드는 선박을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하고 해운사가 장기 용선료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2002년 제정된 선박투자회사법을 토대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공모·상장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개인도 선박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선박금융 생태계를 뒷받침했고, '연 6~8% 배당'을 전면에 내세워 대체투자 상품으로 적극 홍보했다.
 
실제로 2006~2007년 설정된 1세대 펀드들은 연 6~8% 수준의 배당을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 화근이 됐다.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90% 이상 급락하면서 후속 펀드 대부분이 손실을 기록했고, 일부는 원금의 30~40%가량 훼손되거나 청산이 지연됐다. 각종 세제 혜택과 제도적 우대를 받은 상품이었지만, 해운 사이클 붕괴 앞에서 수익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았다.
 
해외석유탐사 중인 두성호 (사진=한국석유공사)
 
이명박 정부의 유전펀드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2008년 전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당시 정부는 자원외교라는 기조 속에서 해외 유전개발에 나섰다. 정부는 해외 유전 지분 확보를 장려했고,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병행됐다. 탐사 성공 여부에 따라 수익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고위험 구조였다.
 
결과는 당시 카자흐스탄과 동남아 지역 유전 프로젝트에 투자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해외유전펀드를 비롯해 1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패러렐 유전펀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사모형 상품들까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부분 2008년 국제유가 고점 인근에서 상품이 출시됐지만, 이후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2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손실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유가는 100달러대로 재반등했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 셰일 생산 급증과 OPEC의 감산 거부로 유가가 20~3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재차 손실은 확대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은 대박'이라는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등장한 통일대박펀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통일대박펀드는 실제 북한 투자라기보다 남북경협 테마 상장주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에 가까웠다. 남북관계가 개선된 2018년 일시적으로 10~20%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장기 누적 성과는 시장 평균을 하회하는 결과로 끝났다. 실질 사업 집행 기반이 약했고, 정치 이벤트에 수익이 좌우되는 구조라는 평가로 막을 내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필승은 웃고, 뉴딜은 울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추진한 뉴딜펀드도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정부가 후순위로 출자해 손실 일부를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해, 국민참여형 펀드에 이를 전면 적용했다. 지금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구조다. 정부 출자금이 투입된 모펀드를 설정한 뒤 민간에서 자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반 개인이 대거 참여하더라도 손실 발생 시 정부가 재정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결과는 청산이 완료된 자펀드 10개 중 4개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타임폴리오 혁신성장 그린뉴딜(–29.12%) ▲밸류시스템 뉴딜(–25.22%) ▲지브이에이 뉴딜성장 알파(–6.07%) ▲디에스 N-01(–4.37%) 등이다. 수익률이 10%를 넘는 곳은 ▲안다 뉴딜(13.39%)이 유일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반면 정부의 입김이 미치지 않은 민간 뉴딜펀드의 수익률은 달랐다. 대표적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아문디 필승 코리아 펀드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이 460%에 달한다. 해당 펀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5000만원을 투자해 화제가 된 펀드로, 당시 정부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민간 뉴딜펀드의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의 흥행을 재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현장의 제도개선 등을 통해 투자여건을 조성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의적인 상품을 출시하면 투자자에게는 '고수익 또는 안정적 수익'이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도 정부가 설정한 모펀드가 후순위로 참여해 10% 안팎의 위험 수준을 감내하고, 각종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하면 시장의 유동자금을 끌어당길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기대와 우려 동시에…정부 주도 아래 자율성 보장 의문
 
다만 이번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앞서 국민성장펀드 '메가 프로젝트 1호'로 선정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의 수익 모델인 '신안 태양광 사업'이 실제로 지역 균형 발전과 수익에 대한 성과가 숫자로 증명됐다는 점에선 기대가 되지만, 과거 관제펀드 성과를 돌이켜보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특히 과거 관제펀드 목적은 거창했지만, 투자 판단이 정책 논리에 종속됐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된다. 선박펀드는 해운 강국 전략, 유전펀드는 자원외교, 통일펀드는 정치적 메시지, 뉴딜펀드는 산업 전환이라는 정책 프레임이 먼저였다. 이 과정에서 투자 타이밍, 자산 가격, 사이클 리스크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부 영향 아래 놓인 펀드는 목표 수익률보다 정책 집행률이 먼저 관리 지표가 되기 쉽다"라며 "자금을 얼마나 빨리 집행했는지, 특정 산업에 얼마를 배분했는지가 중요해지면 운용의 자율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IB토마토>에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민간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인 AI·반도체·모빌리티·바이오·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불가피한 상황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민간기업과 정부 정책의 보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에만 기대선 성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주도 아래 놓인 펀드의 자금줄에 기대기보다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민간 자본의 자생적 투자 생태계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IB토마토>에 "정부 지원을 받으면 그 기준을 따라가기 때문에 펀드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라며 "투자 받는 기업의 실제 기술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가 본질적인 문제이고, 투자 규모는 그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한 밴처캐피탈(VC) 업체 운용역도 <IB토마토>에 "상장을 향해 달려가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실상 지금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인 곳이 대다수"라며 "투자금이 집중될만한 곳에서만 투자가 부족한 것이지, 정부 주도 아래 테마별로 폭넓게 투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오히려 좀비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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