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부실화된 프라이머리자산담보부채권(P-CBO)이 늘어나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공적기금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자산 인수단인 증권사들과 금융기관 투자자들은 손실 부담 없이 이자 및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라, 정책금융의 보증 여력이 민간 금융기관의 수익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5일 최근 결산 보고서를 낸 몇몇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따르면, 기초자산 부실에 따른 상환 연체로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후순위 채권투자자인 중소기업의 손실은 물론,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곳은 신보2022제12차유동화전문회사입니다. 최근 결손금이 154억원에 달해 후순위채(48억원) 규모의 3배가 넘는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이 채권의 인수단은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 우리종합금융,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등입니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2024년 5월 원리금 회수 만기를 넘겼으나, 원금 1492억원 중 1343억원만 회수되는 등 연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신보2022제24차유동화전문회사 역시 부실의 늪에 빠졌습니다. 한양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 이 회사는 최근 결산기에 122억원의 미처리결손금이 발생했습니다. 2024년 11월 만기 당시 원금 1506억원 중 107억원가량이 여전히 미회수 상태입니다.
신보2022제11차유동화전문회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부국증권, 우리종합금융,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인수단으로 참여한 이 회사는 최근 71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후순위채 발행액(약 28억원)을 2.5배나 초과한 수치입니다. 2024년 5월 만기였던 원금 935억원 중 66억원이 현재까지 연체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2021기보제이차(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결손금 26억원 △2022기보제일차(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결손금 16억원 △신보2023제1차(코리아에셋투자증권, 우리종합금융, KB증권 등) 결손금 5억원 등 유동화전문회사들의 부실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적 보증 체계의 구조적 결함과 모럴 해저드
구조적으로 결손금이 후순위 채권 규모를 초과하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후순위 채권을 인수한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이 맡긴 담보금(원금)을 몰수당하게 됩니다. 또 신보와 기보는 선순위채권의 손실을 대부분 보전해 줘야 합니다.
반면, 인수단과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 없이 이자와 수수료를 챙깁니다. 인수단인 증권사는 기초자산을 평가하고 편입하는 책임이 있으나, 사후에 구조적 부실이 발생해도 재무적 부담은 지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자로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신보와 기보의 보증 덕분에 사실상 '무위험' 상태에서 일반 회사채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챙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기초자산이 부실화되면 대부분의 손실을 공적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며 “선순위 전체에 대해 신용 보강을 해주는 구조는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한도를 조기에 소진시켜, 결과적으로 지원받아야 할 다른 중소기업들의 기회를 뺏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증권사들이 정책금융을 방패 삼아 사실상 무위험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키우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은 손실이 발생해도 결국 정부 재정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의사결정권자와 책임자가 분리되다 보니 구조적 해이가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은 금융기관의 리스크 평가 능력을 저해하고 금융 발전 자체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한 “정책금융은 긴급하게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때 사회적 편익이 크지만, 상시로 개입하면 지금과 같은 구조적 문제만 반복된다”며 “상시적 지원은 부작용을 키우고 결국 보이지 않는 재정 부실을 쌓는 원인이 되고, 게다가 지원 대상 기업을 제대로 선별하지 못할 경우 비효율과 부패가 개입될 소지도 커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