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노태악 ‘후임 공백’ 장기화…‘제청권 밀당’에 멈춰선 대법

노태악 지난 3일 퇴임…조희대 후임 제청 아직
법조계 “대법원 구성 좌우하며 정치행위” 지적
상고심 재판 지연 불가피…“헌법 의무 저버려”

입력 : 2026-03-06 오후 5:58:0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노태악 전 대법관 임기가 지난 3일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후임 임명 제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대법관 후보 및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청와대에 불만을 드러내는 정치 행위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동시에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 밀당’으로 대법원 구성을 좌우하는 제왕적 대법원장임을 자인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노 전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법원 내·외부로부터 제청 대상자를 천거 받고 검증 과정을 거친 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열렸습니다. 추천위는 천거 대상자를 심사해 지난 1월 대법관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습니다. 후보자는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헌법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통상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4명 중 대법원장이 1~2명을 제청하는데, 청와대와 물밑 교섭을 통해 사실상 임명될 대법관은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후 대통령은 제청 대상 중 한 명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고, 국회가 과반수 동의하면 공식 임명합니다. 
 
조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은 늦어도 지난 2월 중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법원의 정기인사와 맞물리면서 대법관 후보가 정리돼야 이후 사무분담이 순조롭기 때문입니다. 후임 제청이 미뤄지는 사이 대법관 후보 중 한 명인 윤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 재판장으로 지정됐습니다. 윤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될 경우 내란전담재판부를 재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대법관 임명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 대법관 후보와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인사에 대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뜻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무분담 전에는 제청할 줄 알았는데 당혹스럽다”며 “사법개혁 3법 때문에 난리인데 대법원장이 순순히 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난 3일 대법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법관 제청에 관해 청와대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와) 협의 중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대통령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대법관 공백으로 상고심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법관 공백 사태로 우리나라 사법부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대법원장이 제청하지 않음으로 대법관 인사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에 관여하면 대법원 판결의 독립성은 확보할 수 없다. 대법원장이 대법원 주인이 되고, 나머지 대법관이 부하가 되는 건데 대등한 자격으로 합의할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5월 21대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을 당시,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10명 중 6명이 조 대법원장 제청으로 임명된 대법관이란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추천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권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단독으로 행사할 성격이 아니다. 추천권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무총리도 국무위원 등을 제청할 권한이 있지만 대통령이 그대로 따르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제청한 인물을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강석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