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50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가격 상승 흐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면서 조만간 '월세 200만원 시대'도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50만4000원이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한 2016년 이래 사상 최고치입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134만3000원에 비해 12.0%인 16만1000원 오른 액수입니다. 상승률에 있어 종전 최고치는 2018년의 19.4%(17만3000원)입니다.
월세 가격 상승은 월세 비중 확대와 맞물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전체 주택의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율이 64.4%에 이르렀습니다. 월세 비중은 2023년 56.2%, 2024년 60.3%로 해가 갈수록 확대됐습니다. 최근 5년 평균치는 51.3%로 상대적으로 간신히 과반수가 된 수준이라면, 이제는 전월세 계약을 하는 10명 중 6명꼴로 월세살이를 하는 겁니다. 또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도 44.8%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아파트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도 감지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신규 거래 신고 1만9848건 중 1만343건이 월세였습니다. 지난해 주택통계보다 높은 52.1%에 이른 겁니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부족 등으로 인한 구조가 월세 수요 증가와 월세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고 진단합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지금 나오는 통계도 실제로 월세 상승분을 다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보면 월세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주 물량 자체가 없고, 공급은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서울의 경우, 예전에는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이 전세 물량 공급에 있어 역할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전세사기 문제 때문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보다는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9일 서울시 마포구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시세 정보.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 "더 오를 것"…"돈 내다가 죽는다" 우려도
보유세 인상이나 전세 매물 부족 등이 월세 가격 상승을 더 지속시키거나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합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월세 시장이 전반적으로 힘들어지고, 전세의 월세화 과정 속에서 전세 가구들이 월세로 몰려들 테니까 월세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금까지는 전세가 보증부월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월세 바닥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보유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가 되면서 바닥이 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세 가격 상승폭이 세입자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없이 월세만 있는데 임대료가 저렴한 선진국은 없다. 보유세를 올리는데 월세가 낮아지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각오해야 한다"면서 "세입자만 피해를 본다. 정부는 보유세 받아서 좋고 집주인은 월세 받아서 보유세 충당하면서 집값 올라가니까 자본 이득을 취하는데, 세입자는 그냥 돈 내다가 죽어버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혹시 집주인이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를 못 하게 되더라도, 세부담 때문에 집을 팔게 될 것이다"라며 "전 세계 어디에 돈이 없는 세입자가 집주인이 못 견딘 매물을 사들이는 경우가 있느냐. 결국 전세 매물만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전세가 너무 오르니까 서민들이 못 따라가니까 월세로 향한다"며 "정부가 공급도 안 하고 공급을 못 하게 하니 월세가 200만원 가는 게 아닌가 한다"고 걱정했습니다.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용산구 도원동 아파트 월세 가격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역시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공급이 안 되면 월세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며 "월세 200만원 시대가 오는지 여부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보유세다. 보유세가 증가하면 (그만큼) 올라갈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