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12·3 내란, 인구절벽, 전쟁 양상의 변화 등 한국군이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최병욱 상명대 교수가 쓴 새 책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 국민의 군대로의 지향과 과제』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갑니다.
이 책은 단순히 국방개혁이나 병영문화 개선을 논하는 정책 제안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이론과 헌정 질서의 관점에서 군을 재해석하는 정치철학서입니다.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누구에게 충성하며,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헌법적 물음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핵심은 '문민통제'와 '국민의 군대'로 모아집니다. 새뮤얼 헌팅턴, 모리스 자노비츠, 피터 피버, 엘리엇 코언 등 현대 민군관계 이론가들의 논의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저자는 문민통제에 대해 '군사력이라는 조직화된 폭력 수단이 누구의 권위로 정당화되며, 그 책임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묻는 민주적 질서의 근본 원리로 규정합니다. 문민통제는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권위·책임·정보가 제도적으로 배열되는 구조의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국군의 이념과 사명을 헌법 조항과 연결해 해석하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군인의 복종이 상관 개인이나 일시적 권력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충성임을 분명히 합니다. '헌법을 위반하는 자에게 충성하면서 헌법에 충성할 수는 없다'는 미 육군 교리의 문장을 인용하며, 복종의 정당성은 명령의 형식이 아니라 헌법적 권위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군을 비판하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군사 전문성이 민주주의 속에서 안정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조건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국민의 군대란 병력 구성 방식이나 제도적 외형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주권에 충성하는 규범적 정체성"이라며 "군사 전문성은 이 틀 안에서 행사될 때에만 정당성을 획득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논란과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책은 '군이 강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주주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대립시키는 대신, 강한 군은 민주주의 안에서만 정당하다는 원칙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한국군의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권력의 관계를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의미 있는 문제 제기를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육사 42기로 30년 가까이 야전과 정책 부서에서 근무했고, 지난 2014년부터는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이자 안보통일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대학원(NPS)에서 인력관리(Manpower Systems Analysis) 분야 경영학 석사학위를, 서울대에서 교육정책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인구 절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국방 인력 및 인사 제도의 재설계, 사관학교 교육 혁신, 국가보훈, 군 인권과 병영문화 개선 등 우리 군의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론을 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서와 공저로는 『전쟁론』, 『국가안전보장론』, 『군사학 연구방법론』, 『미래 국방정책 발전방안』, 『국가인재생태계 2035』 등이 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