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이른바 '쪼개기'로 불리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해 정부가 '원칙적 금지' 기조를 밝힌 가운데, 예외 규정 범위를 놓고 자본시장 내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이사회 공시와 우선 배정에서 나아가 입법적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는 반면, 정상적 인수합병(M&A)과 벤처 자금 조달 생태계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충돌했습니다.
25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당내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국회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팽팽한 입장 차이와 함께 실질적 제도적 대안이 쏟아졌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 같은 강도 높은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특위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유망 산업을 떼어내 별도로 상장시키면 결국 모회사의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불신을 키우는 상징적 사안으로, 하반기 내에 자본시장법 개정 등 입법적 뒷받침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 사례로는
LG화학(051910)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분할 상장처럼 핵심 사업이 자회사로 이전되며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지주사 할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알짜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로 상장하는 행위는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하고 권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주주 권익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고,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 중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하되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촉발되자
HD현대(267250)의 HD현대로보틱스,
SK(034730)의 SK에코플랜트 상장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저평가 구조를 데이터로 입증했습니다. 그는 "분석 결과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자회사 대비 평균 20%가량 저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주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 저평가 구조가 반복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선진 시장에서도 모회사 일반주주가 소외되는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거래소 차원의 강력한 규제나 모회사의 자발적인 상장폐지 압박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폭넓은 예외 인정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단순 물적분할 후 상장이 아닌 '외부 기업 인수 후 상장'마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산업 생태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 자회사의 상장이 '쪼개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부회장은 "벤처 자회사는 기존 사업 분할이 아닌 신수종 확보를 위한 M&A 결과물"이라며, "선배 기업의 노하우를 통해 상장 소요 기간을 평균 14년에서 7년 이내로 단축하는 건전한 혁신 모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IPO는 필수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라며 "이를 중복상장이라는 틀로 일괄 규제한다면 글로벌 대비 취약한 국내 M&A 시장과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할 경우 그간 중복상장이 수행해 온 산업 발전과 자금 조달이라는 장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기존 동시상장 기업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주가 하락 본질은 지배구조와 현금흐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적 경직성으로 인해 주주 보호를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 적용이 쉽지 않다"며 "나중에 자회사가 편입되거나 상장을 결정할 때 모회사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어디까지 확장해 적용할 수 있을지도 법적으로 난해한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주주가치 훼손의 원인이 서로 다른 만큼, 분할·상장·상장 이후의 문제를 정밀하게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 효익과 주주 보호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 위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정책당국은 무조건적 전면 금지가 아님을 강조, 예외 허용을 위한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주주 보호 이익의 확실한 보존입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은 연결재무제표상 동일 경제체를 두 번 상장하는 개념이기에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자본 확보나 구조조정 등 개별적 사안에 따라 예외적 유효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상장 필요성과 주주 소통 및 동의, 영업·경영의 독립성 확보 등 구체적인 심사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고 과장은 해외 상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공시하고,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국은 2분기 중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한국거래소 역시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오는 6월까지 중복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범주에 해당하면 중복상장 심사 트랙으로 심사할 예정"이라며 "상장 심사의 중심은 가치 훼손 보존 여부고, 이를 확실히 증명해야만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중복상장 규제와 성장 균형을 위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습니다. 주요 방안으로 모회사 주식을 자회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스핀오프 활성화, 자회사 IPO 주식 20% 이내 모회사 주주 우선 배정, 배당소득세 면제 등이 논의됐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주최로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