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전세는 오랜 기간 정착한 주거 관행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한 뒤 계약 종료 시 전액을 돌려받는 임대 방식이다. 주택 마련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 전세는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젊은 층은 이마저도 전세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융통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전세금을 혹시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이 시작된다. 전세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지만, 집주인의 협조가 필요하고 사고가 터진 뒤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다. <뉴스토마토>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 3사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신고 건수를 보면 2023~2024년의 비정상적 급등 이후 나타난 착시효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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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과 2024년 전세시장은 붕괴 직전이었다. 저금리 시기 동안 급격히 늘어난 전세 수요는 집값 상승과 맞물려 전세가를 밀어 올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깡통전세'가 확산됐다. 집값은 꺾이는데 전세금은 그대로인 구조가 이어졌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후 정부의 대표적인 조치가 전세대출 심사 강화다. 담보 가치와 선순위 권리 관계를 엄격히 따지고, 고위험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이 무분별하게 공급되면서 위험한 물건까지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물론 이 조치는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
전세대출 문턱을 높였다고 끝난 걸까. 실제 전세대출의 약 80%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이다.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 매물의 위험성을 스스로 검증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공적 보증과 금융기관 심사를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 피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전세대출 심사 강화 조치는 은행 재원 대출에 한정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한창민 의원은 "주택금융공사 보증서 발급 내역을 보면 약 63%가 전세사기 위험 심사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서 "제외된 대출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청년이 이용하는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는 특정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금 반환 신고 건수를 보면 20대와 30대 두 연령대가 전체 70% 가량을 차지한다. 초기 자산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고액 보증금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사기는 금융 구조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전세금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 보증기관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 그리고 불완전한 심사 체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전세사기로 서민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동안 막대한 전세대출 이자이익 거둔 은행들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세대출 심사 사각지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전세사기는 형태를 바꿔 반복될 수 있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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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