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보퀀트 충격에 흔들린 반도체 투톱

터보퀀트 공개 이후 삼성전자 7%·SK하이닉스 11% 하락
증권가 "메모리 업황 훼손 아냐…HBM 수요 확대 가능성"

입력 : 2026-03-30 오후 6:02:02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중동 지역 군사 긴장 고조와 구글의 인공지능(AI) 효율화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 우려가 겹치면서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30일 동반 하락했습니다. 다만 증권가는 지정학적 변수와 기술 해석이 동시에 반영되며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측면이 크다며,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시장 성장 흐름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구글이 '터보퀀트' 논문을 공개한 지난 25일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5일 18만9700원에서 30일 종가 기준 17만6300원까지 약 7%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삼성전자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400원(1.89%) 내린 1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7만600원까지 밀리며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1023만4613주를 순매도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98만6000원에서 87만3000원으로 약 1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4만9000원(5.31%) 하락한 87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중 저가는 86만2000원이었습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126만5949주를 순매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에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 이슈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예멘 후티 반군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습니다.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가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해당 기술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이전 대화 정보를 저장하는 KV 캐시 데이터를 압축해 메모리 사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기존 대비 메모리 사용량을 약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는 메모리의 절대 수요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제한된 대역폭 안에서 처리 효율을 높이는 성격에 가깝다"며 "이를 곧바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 훼손으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가 수개월 전에 공개됐음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은 내용보다 타이밍의 문제였음을 보여준다"며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했던 2018년에도 유사한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기우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활용 확대가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로 메모리 사용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수요 감소로 직결되기보다는 AI 활용 확대를 통한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AI 에이전트 확산과 온디바이스 AI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구글의 터보퀀트와 엔비디아의 KVTC(Key Value Token Compression) 기술은 압축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HBM의 추가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HBM4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에는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향후 투자 초점이 다시 기업 실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4월 초 예정된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의 시선은 다시 기업 펀더멘털로 이동할 것"이라며 "시장 주도주인 반도체 중심의 종목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터보퀀트 관련 긍정적·부정적 내러티브 공방이 이어지겠지만 반도체주의 급격한 하방 포지션 구축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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