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때리고 완제품 옥죄고…K철강 ‘이중 압박’

가전업계 단가 인하 요구 강화될 듯
원자재 수출 단가도 ‘구매가’로 변경

입력 : 2026-04-03 오후 2:37: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이 철강 원자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지한 가운데 세탁기·냉장고 등 파생 완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률 부과’로 바꾸고, 원자재 수출 단가 기준도 ‘구매가’로 전면 수정하면서 공급망 규제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원자재와 완제품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 압박’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6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함량이 제품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파생 완제품 가격에 25% 관세를 일률 적용합니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비중에 비례해 관세를 매겼으나, 이를 단순화해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된 세탁기와 냉장고 등 파생 완제품 전체 가격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전방 산업인 가전업계가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후방 산업인 철강업계는 ‘납품 물량 감소’라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관세 부과로 가전 등 해당 완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철강업계의 간접 수출, 즉 ‘내수 수요 감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물량 감소 우려에 이어 고객사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완제품에서 25% 관세를 맞은 고객사들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철강사에 소재 원가 절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탁기나 냉장고에 들어가는 컬러 강판류 등 가전 수요처는 조선과 달리 구매자가 많아 가격 인하 요구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며 “구입하는 쪽에서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철강사들도 더 이상 단가를 싸게 맞출 수 없을 지경이라 타격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냉연이나 컬러 강판 등은 상대적으로 고품질 소재이고 전체 제품에서 소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아 단가를 크게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철강 업체들이 향후 원가의 비용 상승분을 가격 인상분으로 전가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은 대체가 어려운 고부가 제품으로 뚫고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생 완제품 제재와 함께 철강 원자재에 대한 50% 품목 관세 징수 기준도 강화됐습니다. 과세 표준을 기존 해외 수출 업체의 ‘신고가’에서 ‘미국 현지 구매자의 최종 구매 가격’으로 전면 변경한 것이 핵심입니다. 철강사들이 미국으로 수출할 때 단가를 낮게 신고해 관세를 회피하던 꼼수를 막고, 미국 철강 산업을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시장이기는 하나 이번 제재로 인해 다른 국가의 저가 제품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으로 철강 수요가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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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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