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대한화섬, 전자주총·집중투표제 막았다…소액주주 권익 역주행

주주소통 약화 우려…ESG 통합 등급도 제자리
태광산업-대한화섬 오가는 '회전문' 감사위원
모두 이호진 전 회장이 최대주주

입력 : 2026-04-0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3일 16: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대한화섬(003830)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전자주주총회 제도 배제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신설하는 건을 특별결의하면서 소액주주 권리 제한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해야 된다는 기류와 반대된다. 여기에 이호전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한화섬과 태광산업(003240)이 이사회와 주요 임원을 공유하며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되고 있다. 최근 태광산업 감사위원이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자진 사임한 후 대한화섬 감사위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태광산업)
 
지배구조 하락에도 주주보호는 축소
 
3일 한국ESG기준원(KCGS)은 대한화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통합등급을 전년 대비 동일한 수준인 B+로 평가했다. 환경(E) 등급이 B에서 B+로 개선된 반면, G등급은 B+에서 B로 하향 조정되면서 통합등급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업체 측은 이사회 운영 관련 지표 중 사외이사 1인의 불참 이사회 건수가 1회 발생해 심화평가에서 일부 감점이 반영되면서 지배구조 평가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B는 S, A+, A, B+, B, C, D로 7개 등급 중 다섯번째로 등급이다. C와 D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다소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로 체제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다. KCGS는 이사회 리더십과 주주권 보호, 이해관계자 소통, 감사 등을 통한 투명성·효율성 제고를 모범규준으로 꼽고 있는데, 등급이 낮을수록 투명성과 효율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주주권보호와 감사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화섬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자주주총회 제도 배제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신설하는 건을 특별결의했다. 총회일에 주주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으로 총회를 개최하고,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도록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전자주주총회 제도를 배제하면 지방이나 외국에 사는 주주들은 서울까지 직접 방문해야한다.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것 역시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소수주주들이 특정이사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여러 명의 후보에게 분산 투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수주주 보호 강화에 나서는 모습과 반대된다.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수주주 권리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올해 9월부터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내년부터 전자주주총회 도입이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집중 투표 의무화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만 대상으로 한다. 전자 주주총회도 모든 상장회사가 열 수 있도록 변경됐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서는 병행 개최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업체 측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상장회사협의회에서 제시한 '표준정관'에서는 자산 2조원 미만으로 의무 대상이 아닌 회사의 경우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관에 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며 "상법 개정 취지와 표준정관에 부합하도록 정관을 정비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산업-대한화섬 오가는 사람들
 
대한화섬은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화섬의 지분율을 보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율 20.04%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오너일가 회사인 티알엔이 33.53%,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 5.00%, 이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3.15%의 지분을 확보하며 오너일가를 포함한 주주의 지분율이 61.72%에 이른다. 같은기간 소액주식수는 18만3435주로, 총발행주식수(132만8000주) 중 13.8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으로 동일인을 둔 형제회사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29.48%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티알엔과 일주세화학원이 각각 11.22%, 5.00% 지분을 보유 중이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주요 임원들도 겸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김대정 상무는 태광산업 섬유사업본부장을 겸직, 황태영 상무는 태광산업의 기획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 상무와 황 상무의 재직기간은 각각 9개월, 1년 9개월이다. 최근 주총에서도 대한화섬은 사내이사로 이상우 태광산업 경영지원본부 기획실장을 신규선임했다.
 
문제는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사외이사 역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을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위원·사외이사 회전문 인사는 금융지주 등 여타 산업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객관성과 독립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인선방식이다. 
 
대한화섬은 주총에서 최영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을 신규선임하고 김재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를 재선임했다. 이 가운데 최영진 고문은 지난 1992년부터 2017년까지 감사원에서 재직했고,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최 고문은 2022년 3월 대한화섬의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선임돼 활동한 이후 2023년에는 태광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최영진 후보에 대해 상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대한화섬은 상법 시행령 제34조 제4항에 따라 이호진 회장(본인)의 특수관계인 법인이고, 그 이사·집행임원·감사 역시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화섬의 사외이사·감사위원인 최영진 후보는 최대주주 이호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 이사는 지난 2023년 3월30일 자진사임한 후 태광산업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됐다. 이후 최 이사는 ESG위원회 위원으로 태광산업의 ESG 관련 제반 사항을 심의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난해 3월28일에 재선임됐으나 또 다시 태광산업 사외이사직에서 자진사임한 이후 대한화섬의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됐다. 휴지 기간 없이 태광산업과 형제회사인 대한화섬의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오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장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통상적인 경우는 절대 아니지만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기간이 6년과 계열사 포함 9년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라면서도 "최근 소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자주주총회와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것과 관련해서는 역행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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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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