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에 관세까지…'트럼플레이션' 공포

동맹국에 전쟁 비용 '전가'
물가 상승·경기 침체 '우려'

입력 : 2026-04-05 오후 5:12:20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중동 전쟁의 여파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 등의 함량이 높은 파생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기준을 변경하면서 산업계가 겹악재를 맞게 됐습니다. 전쟁 충격에 따른 고환율·고유가 부담에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와 함께 고율의 관세에 치명타를 입으며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만 오르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의 공포에 직면한 모습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전 와중에 철강 관세까지…무역법 301조도 '부담'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의 함량이 높은 파생 제품에 대해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은 6일(현지시간) 오전 0시1분부터 즉각 발효됩니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비율에 따라 최대 50%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금속 함량이 제품 중량의 15%를 초과하면 완제품 가격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게 됩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과 보일러, 변압기 등의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 비중이 15%가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제품이 새로운 관세 부과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대로 금속 중량이 15% 미만이거나 화장품·식품처럼 금속 함량이 미미한 품목은 면제됩니다. 최근 대미 수출이 폭증한 대형 변압기를 비롯해 산업기계·생산설비는 미국 제조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2027년까지 15%만 부과하는 예외를 적용받았습니다. 미국산 원료만으로 만든 제품엔 세율 10%를 적용하게 됩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를 통해) 책임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의 궁극적인 목적은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들어간 가전 공장도 직접 미국에 지으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규정도 실시됩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은 15%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무역협정 체결로 100%의 관세를 부과 받지는 않게 됐지만, 기존에 없던 15%의 관세가 추가로 붙게 돼 한국 기업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무역법 122조'를 앞세워 각국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데 이어 또 다른 조치에 나선 겁니다. 지난해 4월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효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에 새 관세정책을 발표한 것은 올해 초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정책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지난달 11일부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습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를 직접 조사하고 징벌적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보복 무기'입니다. 거의 모든 수입품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조금 지급 등도 문제 삼을 수 있어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유가에 뛰는 소비자물가…한국 경제에도 '적신호'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정책을 넘어 글로벌 물가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원자재·물류·완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복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전쟁의 리스크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더해지면서 전 세계 가계가 '트럼플레이션'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 내 소비자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18.80)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석 달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 상승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은 향후 물가 충격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시장에서도 4월 소비자물가가 2% 중후반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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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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