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구조적 대전환' 시동…관건은 '속도'

재생에너지 설비 2030년까지 100GW 확대
태양광 분야만 56GW '추가 확보'
신차 판매 40%, 전기차·수소차 전환
유연한 요금 체계·지능형 전력망 등 구축
결국, 실행력·속도…"얼마나 빨리, 강력하게"

입력 : 2026-04-06 오후 5:21:0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을 선포했지만, 실행력과 속도가 최대 관건입니다. 대규모 에너지 전환 계획은 방향성만큼이나 실행 시기와 추진 강도에 따라 국가 명운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도한 절차·규제'로 인한 정책 지연 우려와 관련해서도 순차적 접근이 아닌 동시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혁신 실험을 가로막는 보수적 행정 관행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재생에너지 발전 20% 이상↑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적 경제구조를 탈피하는 내용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현행 9%대에 머물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 37기가와트(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합니다. 이중 태양광 분야만 56GW를 추가 확보하는 등 산단 지붕형(신축 의무화), 영농형, 접경지역 태양광 등을 총동원합니다. 풍력 발전은 인허가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6년으로 단축해 2035년까지 37GW 보급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쇄합니다. 현행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 중 2030년까지 19기, 2040년까지 20기를 폐지합니다. 수명이 남은 21기는 비상시를 대비한 '안보 전원'으로 활용합니다.
 
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안·당진·보령·하동 등 주요 지역은 대체 산업 육성, 노동자 전환 등 일명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병행합니다. 태양광 유지보수, 풍력 터빈 관리, ESS 운영 인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맞춤형 직무 교육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 3일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토론회를 통해 공개한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 촉발 전망'을 보면, 2026년 풍력·태양광이 각각 원전을 추월할 것으로 분석됐다.
 
단 2030년까지 19기, 2040년까지 추가로 20기를 폐지할 경우 총 39기가 퇴출되는 만큼, 해당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세수 결손을 막기 위한 대책 추진은 주된 로드맵으로 꼽힙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 60기의 석탄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충남(태안·당진·보령)과 경남(하동)에 밀집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폐쇄된 발전소 부지에는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나 데이터 센터, 신소재 산업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해상풍력 배후 단지, 수소 생산 기지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안이 대표적입니다.
 
더욱이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하기 위해 국가 전력망을 분산형·양방향 구조로 전면 개편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확대해 지역 내 생산·저장·소비가 최적화되는 체계가 구축됩니다.
 
에너지 대전환 계획은 단순한 발전 구조 변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산업·수송·건물 전반의 '전기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송과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40%를 전기차·수소차 전환합니다.
 
경찰차 1만7000대, 액화석유가스(LPG) 택시 20만대, 렌터카 110만대, 법인차 400만대 등 약 550만대의 영업·공공용 차량이 우선 전환 대상입니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은 수소 기반 공정으로 바꿉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ESS 확대와 히트펌프 보급, 분산형 전력망 구축 등 전력 시스템 전반의 구조 개편도 병행합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얼마나 빨리, 얼마나 강력하게"
 
방향성을 세운 만큼 고민도 적진 않습니다. 지능형 전력망과 요금제 혁신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전기를 안정적으로 계속 생산할 수 없고 자연 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한 상태)을 해결하기 위한 유연한 요금 체계와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섬나라일수록 더 빨리, 더 세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기가 남는 낮 시간에는 요금을 낮춰 전기차나 ESS 충전을 유도하고 부족한 시간에는 요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정부도 올해 제주도부터 시간대별 요금제 및 가격 입찰제를 시범 실시할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전국적인 확산에 나설 예정입니다. 일방향 송전 체계에서 벗어난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산형 차세대 전력망도 구축하는 등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형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구상입니다.
 
관건은 실행력과 속도입니다. 이 대통령도 "언제 하냐, 얼마나 빨리, 얼마나 강력하게 하느냐"며 실행력과 속도를 주문한 상태입니다. 그러면서 "이거 끝나면 이거하고 하지 말고 어차피 가야 될 길이니까 동시 진행하라"며 인허가·규제 중심의 정책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사 규제 기간 너무 오래 걸리는 등 정부가 과보호하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남는 상황에서도 발전을 중단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제주도 사례를 지적하며 생산·저장·소비 시스템을 동시에 개편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앞서 열린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서정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산업, 건물, 교통, 발전과 공급, 수요, 망, 시장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한국이 직면한 에너지 안보, 가격, 탄소, 산업경쟁력 문제를 통합적으로 엮어내고 최적의 방향으로 해결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1~2023년 기간 동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약 1000억유로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없었다면 유럽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8%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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